#. 2025년 여름. 갈수록 걸음이 느려져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파란 신호등이 금방 꺼질까 노심초사 했던 69세 김모 할머니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정부가 김 할머니 같은 고령자를 위해 교통약자 보행속도 기준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횡단보도 신호변경 시간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양로원과 전통시장 등 김 할머니가 자주 방문하는 지역은 아예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돼, 횡단보도 앞에 쉼터와 간이의자도 설치됐다.
다만 경로우대 기준이 '70세 이상'으로 높아진 건 아쉽다. 예전처럼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없게 됐다. 올해 75세인 남편은 새로 도입된 '고령 운전자'로 분류돼, 가속 제한장치가 부착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는 `한정면허`를 교체 발급 받았다.
오는 2025년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교통, 주거, 금융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노인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사업별로 올해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이 작업은 별도 완료 시기를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현행 65세인 경로우대 기준을 70세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회 인프라는 노인 친화적으로 개선되지만, 노인 혜택을 받는 기준은 장기적으로 상향되는 셈이다.
앞으로 고령자가 불편을 느꼈던 다양한 사회 인프라가 `노인 배려` 시설로 대폭 개선된다.
교통 환경의 경우,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승강장 높이를 기차 바닥과 맞춘 승강설비가 확충된다. 걸음이 느리고 시력이 좋지 않은 고령자 특성을 고려해 보행 환경도 개선된다. 양로원과 전통시장 등 고령자 왕래가 잦은 지역은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다양한 노인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대중교통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을 위한 교통서비스 지원 사업도 추진된다. 고령자가 요청하면 고정된 운행 시간과 경로에 구애 받지 않고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사용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노인을 위해 전화 한 통으로 택시와 철도 승차권을 동시에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고령자의 수면 시간과 외출, 심박, 호흡 등 신체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 상태를 비대면으로 체크하는 돌봄 서비스가 개발된다. 노인의 정서 안정과 병간호 등을 위한 돌봄로봇도 연내 700대가 보급된다. 고령자 전용 금융상품도 개발될 예정이다.
반대로 경로우대 혜택을 받는 나이 기준은 상향될 전망이다. 기대수명 연장 등으로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고령자 수에 비해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기준 변경 검토의 배경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지난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은 `70~74세`가 59.4%로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경로우대 기준이 70세 이상으로 상향되면 현행 65세 이상에 제공되는 지하철 무료 탑승 혜택도 70세 이상으로 바뀐다. 지하철 운영사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노인 무료 탑승객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혜택 폐지나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도 개선 TF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현행 제도의 할인율이나 적용연령 뿐 등 개편 방안을 논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