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망다랭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현대 여성주의를 개척한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등 사상가로서의 업적 말고도 그는 문학적으로도 탁월했던 소설가였다. ‘레 망다랭’은 그에게 세계3대 문학상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안겨준 작품. 2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를 무대로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던 프랑스 지식인들의 이야기다. 혼란스러운 시대, 정치와 이념과 사상 그리고 개인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식인들의 고뇌를 냉철하게 그려낸다.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인 정신과 의사인 안은 보부아르가 스스로를 투영한 인물이라고도 밝혔다. 현암사ㆍ1권 636쪽,2권 600쪽ㆍ각 권 2만4,000원
◇죽음의 모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이경민, 황수현 옮김.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가상의 소설가’ 이름으로 공동작업 한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이들이 창조한 제3의 인물은 ‘오노리노 부스토스 도메크’. 두 거장의 영혼을 불어넣은 페르소나다. 6부로 나눠진 소설집은 풍자와 패러디, 상상력이 뒤섞인 이야기 보따리를 색다른 스타일로 선보인다. 보르헤스의 해박한 지식에 카사레스의 추리 기법이 결합해 흥미를 더한다. 환상적인 소재와 서사는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장치다. 민음사ㆍ748쪽ㆍ2만3,000원
◇내이름을 불러줘
황여정 지음. 2017년 장편 ‘알제리의 유령들’로 문학동네소설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황여정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동네 재개발 과정에서 벌어졌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는 줄거리. 부지 소유주들의 다툼으로 관리가 안 되는 건물을 떠도는 지박령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안’(靈眼)을 지닌 건물 내 헌책방 주인은 이 혼령이 3층 사진관 주인의 수상한 죽음과 연관됐음을 직감하고, 사진관 주인의 딸과 조사에 나선다. 지박령의 정체와 사진관 주인의 사인과 숨겨진 사연은 무엇일까. 심령소설 형식을 차용해 몰입도를 더한다. 문학동네ㆍ292쪽ㆍ1만3,500원.
◇자두
이주혜 지음.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한 신인작가 이주혜의 첫 소설집이다.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과 돌봄노동, 여성 간의 연대가 주제다. ‘염천’이라 불릴 만한 무더운 여름에 시아버지의 병간호를 맡게 된 며느리와 남편, 그리고 여성 간병인의 이야기가 긴장감 높게 펼쳐진다. 섬망 증세가 심해진 시아버지는 간병인에 이어 며느리에게까지 욕설과 폭력을 쏟아낸다. 하지만 남편은 방관한다. 붉고 둥근 피 자두를 탐냈던 시아버지의 일화를 중심으로 상처 받은 주인공은 또래 여성인 간병인으로부터 유일하게 위로 받고 공감과 유대감을 느낀다. 창비ㆍ156쪽ㆍ1만4,000원.
◇만약의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발상의 천재’로 불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가는,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마음속에 살아 있는 ‘만약의 세계’를 선물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노크한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함께하던 친구가 정확한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갑자기 만약의 세계로 떠나 버린다면. 저자는 소중한 물건, 소중한 사람, 소중한 마음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단지 머무는 곳이 바뀌는 것이라 말한다. 만약의 세계에서 영원히 함께한다는 메시지다. 주니어 김영사ㆍ56쪽ㆍ1만1,800원
◇풀밭 뺏기 전쟁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권루시안 옮김. ‘납작한 토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북유럽 작가 바두르 오스카르손의 작품이다. 토끼와 개들이 함께 뛰놀았던 푸르고 보드랍던 풀밭. 어느날 토끼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며 쫓아다니는 개들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성공한다. 이제 풀밭은 토끼들만의 세상. 그런데 풀밭은 더 이상 푸르지도, 보드랍지도 않고 풀도 맛이 없어졌다. 어떻게 된 걸까. 책은 나에게 불편을 끼치는 대상이라도 각자 역할과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더불어 사는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 진선아이ㆍ32쪽ㆍ1만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