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원격수업…"학생 1명에 컴퓨터 1대는 있어야죠"

입력
2020.08.28 04:30
1학기 모범 원격수업 진행한 교사들의 조언
"교사 직접 만든 강의물 시청 아이들이 가장 선호"
"학생 대부분 휴대폰으로 접속, PC 있어야 생산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그간 ‘장기과제’에 속했던 ‘원격수업’의 교실 전면 도입을 급격히 앞당겼다. 하지만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학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한 학교는 전체의 10%”라고 밝힌 것처럼 아직 전국의 학교 온라인 교육은 EBS 활용이나 동영상 시청에 머물러있다.

학교현장마다 천양지차인 원격수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부는 미래교실네트워크, 참쌤스쿨과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수업 역량 강화 연수를 31일부터 4주간 진행한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강의에 나선 초중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래교실네트워크 소속인 이들은 온라인 수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다양한 온라인 수업 활용 도구들을 연구하고 1학기 동안 실시간 원격 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왔다.


문제풀이는 강의 시청, 소통 협업은 줌(zoom)으로

“국어과 ‘제안하는 글쓰기’ 수업을 한다고 하면 클래스팅(초등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영상 등 미리 제작한 콘텐츠로 이론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줌(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해 구글 문서 도구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글을 쓰고, 저는 학생들이 쓰는 글을 보면서 일대일 피드백을 하게 되죠.”

박성광(39) 충남 천안 청당초 교사는 담임을 맡은 4학년 학생들과 4월부터 화상수업을 시작했다. 3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던 박 교사는 EBS 온라인 클래스, 클래스팅, 네이버 밴드, 줌 등을 수업 형태에 따라 골라 사용했다. 박 교사는 “줌에는 소그룹 기능이 있어 학생간 온라인 모둠 활동 하는데 유용하다”며 “원격 수업에 적극 참여한 학생은 이제 교사보다 능숙하게 활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서울대사범대학부속여중에서 기술교과를 담당하는 이주연(40) 교사는 1학기 온라인 수업 대부분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했다. “강의식 수업뿐 아니라 1학년 실습 과제인 ‘안전지도 만들기’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일상 속 위험요소 찾아보기(모둠활동), 친구들 이야기 요약하기(댓글과제), 시중에서 사용되는 안전 표지판 찾아보기(온라인 공유) 등의 단계로 온라인 수업을 거쳐 구글 툴(Poly)을 이용해 실습과제 만들기를 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줌 화면을 보고 의사 표현하는 데에 어색해하고 시간 맞춰 출석체크 하는 것을 어려워 하던 아이들도 점차 익숙해졌어요.”

경기 고양시 행신고에서 지난 학기 줌으로 영어 수업을 했던 황연경(40) 교사는 자신의 학생 92명을 상대로 원격수업 만족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5점 만점에서 1학기 영어 수업 구성 및 활동에 만족한다는 결과가 4점이 40.2%, 5점도 17.4%가 나왔다”며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방식 중 선생님이 만든 강의 시청 46.7%, 쌍방향 줌 수업 34.8%, 강의 시청 후 과제 제출 30.4%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오히려 수준별 학습이 가능했다는 학생 응답도 많았다. 황 교사는 “수업 디자인을 할 때 온라인 수업 후 개별 질문을 받아서 교사가 피드백을 해 주도록 했는데, 이 부분이 도움이 됐다는 학생 응답이 66.3%였다”고 말했다.

1학기엔 부족한 수업일수로 성적 산출도 지필고사 비율을 늘리고 수행평가는 10%로 줄였다는 황 교사는 "2학기에는 영어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쌍방향 수업 툴을 이용한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웹캠과 마이크가 달린 PC나 노트북’ 있어야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수도권 지역 교사들은 2학기를 전면 원격 수업으로 시작하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격수업 환경 확충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교사들은 입을 모아 “학생 1인당 1 PC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우리 학교는 전교생 1,000명이 넘는데 지난 4월에 확보된 태블릿이 50대가 안됐다. 집에 PC나 태블릿이 한 대도 없는 30여 가정에는 태블릿 대여를 해 줬지만, 형제자매가 온라인 수업을 받는 경우 여전히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교사에게 기기 확충해주는 정책이 아니라 학생 1인 1PC 환경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들은 “태블릿이나 휴대폰으로는 조례ㆍ종례 정도나 가능할 뿐 생산적인 수업은 어렵다”고 말한다. 황 교사는 “줌으로 수업을 할 때 학생 대부분 휴대폰으로 접속을 하는데, 구글 문서 등 다양한 툴을 사용할 때마다 줌 창을 닫고 다른 툴을 열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며 “태블릿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최소한 웹캠과 마이크가 달린 노트북이나 PC, 아니면 휴대폰과 인터넷이 되는 노트북 정도가 있어야 수업이 원활히 진행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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