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안철수 "의사가 가운 벗고 청진기 내려 놓느냐"

입력
2020.08.24 11:40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동시에 쓴소리를 냈다. 정부를 향해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자극하고,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은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고, 의료계를 향해선 “생명을 살려야 하는 게 의사들의 운명, 사명, 의무”라며 총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 자극 말아야... 의대 정원 문제는 종식 후 논의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온 나라가 합심해서 똘똘 뭉쳐도 부족한 마당에, 오히려 국민들간의 분열을 가중시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현 시점을 신종 코로나바리어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시 상황'이라고 강조한 안 대표는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방호복을 입고 바이러스와 싸울 수 없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자극하고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은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취지에 대해 “이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안 대표는 “지방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10년간 지방 근무를 강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지방에 질 좋은 공공의료기관들을 설립하고, 장비와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의료체제 개편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공론화를 하면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향해서도 "의사는 생명 살리는 게 사명... 총파업 대신 합리적 판단을"

의료계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안 대표는 “정부가 비이성적으로 나온다면 전문가인 의사들이라도 좀 더 합리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적군을 만나도 치료하는 것이 당연한,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잘못하고, 언론이 매도해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우리는 생명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의사들의 운명이고, 사명이고,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고통 받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의사 가운을 벗고 청진기를 내려놓는다면 대다수 서민들은 누굴 의지해야 하느냐”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일이다. 파업을 철회하고 왜 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닌지 설명하고, 취약지역의 국공립병원 설립과 합리적인 의료수가 등에 대해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면 국민들도 손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총파업을 자제를 촉구했다.

안 대표는 21대 총선 국면이던 지난 2월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직접 내려가 보름간 의료봉사를 한 바 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던 그는 4ㆍ15총선이 끝난 직후 다시 대구로 내려가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안 대표는 현재 의사 신분이 아니지만 의료면허가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단국대 의대 전임강사로 일하며 의예과 학과장을 맡았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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