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스크 의무화 첫날…식당에선 마스크 벗고 '대화 삼매경'

입력
2020.08.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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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의무화 모르거나 턱스크족도 많아 
전문가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지적


"마스크 착용 의무화요? 직장에서도 계속 쓰고 있어야 하나요?"

24일 서울 중구의 한 직장인 A(24)씨는 이날부터 서울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는 걸 전혀 몰랐다며 반문했다. 실제 이날 오전 이 회사 직원 20여명 중 회사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직원은 2명 남짓에 불과했다. 바뀐 지침에 따라 집처럼 사적 공간을 제외하고는 실내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날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긴급 조치에 들어갔지만, 당장 정책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웠다. 홍보가 덜된 상태에서 시행된 탓인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대충 턱에만 걸치는 일명 '턱스크'를 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두 달 뒤에나 가능하다 보니 그전까지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첫날인 이날 오전 서울 도심 지역과 인근 지하철역 등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지만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다니는 시민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특히 출근길 인파가 붐비는 지하철 안에선 모두 마스크 착용을 잘 준수했지만 역 밖으로 나와선 마스크를 벗는 이들이 많았다. 전날 서울시가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의 경우만 빼고 실내든 실외든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의 한 흡연 장소에서는 직장인 20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인근 직장인 김모(35)씨는 "담배를 피울 때만 잠깐 벗은 것"이라며 "실외인데다 잠깐인데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따르게 할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종로구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는 일부 이용객들이 음료를 다 마신 뒤에도 마스크를 벗고 있었지만 제지하는 직원은 없었다. 이 카페에서는 '마스크 의무화가 시행되었으니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간간이 나오긴 했지만, 카페 직원은 "마스크를 써 달라고 말씀드려 착용하게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 직원도 "마스크 미착용을 이유로 내쫓거나 하는 등 제재를 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도 민원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광화문 인근 식당가에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몰렸는데, 식당 곳곳에서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직장인은 "상대와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정작 밖에서 마스크를 잘 쓰더라도 식당 안에서 이렇게 하면 방역이 말짱 꽝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지금의 방역 수준으로는 코로나 상황을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3단계 격상의 경제적 여파 탓에 3단계의 일부 내용을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2.5단계'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태가 더 퍼지기 전에 단기간 3단계 격상을 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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