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마시지 마세요" 공연계 셧다운 막기 위해 안간힘

입력
2020.08.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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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K방역 덕을 톡톡히 봤던 공연계까지 덮쳤다. 일부 극단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상연 중인 작품에서도 직ㆍ간접 접촉자가 연달아 나오면서 22, 23일 주말 이틀간 공연 10여편이 취소됐다. 그나마 배우 및 스태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공연계는 긴장 속에 방역 강화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24일 공연계에 따르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지 하루 만에 중단됐던 뮤지컬 ‘킹키부츠’는 25일 공연을 재개한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배우가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다. 2차 접촉자가 나와 긴급 중단됐던 대학로 공연들도 25일부터 다시 막을 올린다. 뮤지컬 ‘난설’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전설의 리틀 농구단' ‘개와 고양이의 시간’,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등이다.

하지만 그대로 문을 다시 열 순 없다. ‘킹키부츠’는 남은 좌석 판매를 중단했고, 예매 취소된 티켓도 재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객석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여기다 관객 신분증 확인 절차까지 도입했다. 온라인 문진표가 있지만, 사소한 오류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대학로 공연장들도 ‘거리두기 객석제’를 도입, 남은 자리들을 최대한 벌려 배치할 방침이다.

또 공연장에서 입도 뻥끗 못하게 하는 조치들도 도입됐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공연 중 함성 금지도 의무화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와 연극 ‘마우스피스’ 등 일부 공연장에선 생수 반입까지 금지했다. 물을 마시려고 마스크를 내리는 잠깐의 시간도 막기 위해서다.

배우, 스태프 등 많은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작업임을 감안, 밀접 접촉자 이외에 2차 접촉자나 간접 접촉자까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아예 공연을 잠정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극장 뮤지컬 ‘제이미’와 ‘썸씽로튼’, 대학로 대표 오픈런 공연인 뮤지컬 ‘빨래’와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30일까지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개막한 한 관계자는 “날마다 상황이 급변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셧다운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 방역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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