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43일간 지역감염 '0명' 비결은…첫째도 둘째도 마스크였다

입력
2020.08.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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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밖이나 마스크 착용 생활화 덕분
2학기 전면등교 추진 배경도 '마스크'
최근 확진자 대부분 미착용… 방심 대가 톡톡

‘폭염의 도시’ 대구는 지난 2월 말을 기점으로 오명 하나를 더 얻었다. ‘코로나의 도시.’ 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분지에서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기피 지역 1순위에 올라 ‘유령 도시’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그 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확진자가 쏟아졌어도 대구만큼은 한동안 ‘열외’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난 7월 4일 1명의 확진자를 마지막으로 8월 15일 0시까지, 43일간 코로나19 지역 확진자 0명의 기록을 세운 도시다. 인구 240만의 대도시에서 쉽지 않은 기록이다. 비록 마스크를 소홀히 한 채 대구 친적집을 찾은 서울 송파구 30대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그 기록은 깨졌지만, ‘43일간 0명’ 기록의 비결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결은 첫째도 마스크, 둘째도 마스크에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24일 “43일의 기록이 깨진 이후 지역에서 발생한 31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전파한 사람도 감염된 사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라며 “마스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있어 최대의 병기”라고 말했다. 전날 권영진 대구시장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가성비 최고의 방역대책”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확진자 0명 행진이 43일간 이어진 배경에는 죽음의 공포에서 비롯된 철저한 학습효과가 있다. 지난 2월 29일 하루 동안에만 대구에서는 741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는데, 이날을 전후해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실이 없어 집에서 숨지는 사례만 5건에 달했다. 의료시스템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던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댈 곳은 마스크뿐이었다”며 “대구를 지킬 최상의 방역은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고, 온몸으로 공포를 경험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철저하게 지킨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천지 사태 이후 대구 시민들은 집 밖을 나오면 마스크를 ‘항상’ 착용했다. 대구 시민 김모(40)씨는 “지난 5월 말 이태원발 집단감염 이후 서울을 찾았는데, 대중교통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자가 절반에 그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대구에서 온 우리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기 직전까지 대구시교육청이 2학기 ‘전면 등교’를 추진한 이면에는 몸에 밴 마스크 착용과 그를 통한 방역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지난달 초 대구의 한 연기학원을 중심으로 4개교 5명의 학생이 무더기로 감염됐을 당시 등교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았지만, 학교에서는 이들과 접촉한 학생 교직원 그 누구도 추가 감염되지 않았다. ‘43일간 0명’의 기록은 그 사태 직후 작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람이 밖에 나갈 때 옷을 입듯, 집 나서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습관이 몸에 밴 덕분”이라며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모든 시민이 마스크를 철저하게 착용한다면, 대구처럼 사태는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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