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3중고를 겪는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정치’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 위원장이 수해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이재민들에게 군당위원회(군(郡) 단위에 설치된 노동당 지도기관) 청사를 내주고, 간부들은 천막 생활을 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당 간부의 권위보다 주민의 애환을 챙기는 '자상한' 최고지도자로 김 위원장을 포장하려는 선전 전략이다.
노동신문은 9,000자(원고지 45장)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의 기사에서 수재민을 보듬는 김 위원장의 행보를 자세하게 실었다.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대청리 여성군당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일부터 6, 7일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민을 위로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수재민들이 정든 청사를 나서는 때이면 경애하는 원수님의 은혜로운 손길 아래 마련된 새집과 사회주의 농촌문화주택이 기다릴 것이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수재민을 위해 많은 양의 흰쌀과 희귀한 물고기, 의약품들을 보내주도록 하셨다” 등 김 위원장의 '세심한 통치'를 부각시켰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우리 대청리 일을 환히 알고 계신대요”라는 주민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발언도 상세히 소개했다. “큰물 피해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은 때부터 피해 지역 인민들에 대한 걱정 뿐”이라거나 “모든 것을 다하여 장군님을 모시듯이 우리 인민들을 받들어야 한다”는 등 김 위원장을 '섬기는 지도자'로 치장했다.
김 위원장의 ‘인민 받들기’ 행보는 민심을 다 잡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이다. 북한은 이달 7일 김 위원장의 개인 창고인 ‘국무위원장 예비양곡’과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분물자’를 풀어 수해복구에 쓰라고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최근 공개된 메시지도 남한과 미국 등 대외보다는 주민을 향한 내부용이 대부분이다.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와 다르다. 19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에서 “계획한 국가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며 이례적으로 ‘경제 실패’를 인정했다. 무오류에 절대 권력을 지닌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스스로의 실책을 반성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김 위원장이 주민들의 여론에 일희일비한다기보다, 체제 장악에 그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