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창녕군에서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아이가 편의점에서 구조된 일을 계기로,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아동들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편의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편의점 업계가 경찰청과 협업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CU다. CU는 전국 1만4,000여개 점포의 계산기(POS)에 아동학대 긴급신고 기능을 추가한다고 23일 밝혔다. 앞으로 CU 근무자는 점포 안팎에서 아동이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하면 POS 버튼을 눌러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근무자가 객관적으로 학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함께 만든 아동학대 체크리스트도 매장에 배포했다. 점검 내용은 △보호자에게 언어적, 신체적, 정서적 위협을 당하는 것 같다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발견되거나 영양실조가 의심된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청결하지 못한 외모가 눈에 띈다 등 5가지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근무자는 주저 없이 신고하게 된다. 신고는 실시간으로 관할 경찰청 상황실로 전달돼 경찰이 즉각 현장으로 출동한다.
다른 편의점들도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캠페인에 돌입한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GS25 등은 적극적인 신고가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 신고 포스터를 전국 매장 출입구, 계산대 주변 모니터,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의 포장재 등을 통해 노출하기로 했다.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GS25는 학대 피해 아동이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과 아동안전망 확대 및 위기 아동 보호와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는 BGF그룹은 최근 창녕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민승배 BGF 업무지원실장은 "연 3만건에 이르는 아동학대 범죄 근절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다"며 "BGF리테일은 아이들이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편의점 시스템을 더 고도화해 지역 사회의 아동안전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 업계는 경찰청과 함께 실종아동찾기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실종 아동의 실종 당시 사진과 현재 예측되는 모습, 인적사항, 가족이 직접 남긴 메시지 등을 매장 내 모니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실종 아동 사진과 인적사항 등 정보를 스티커로 만들어 도시락 용기 등에 부착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금까지 CU에서 보호 후 경찰에 인계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7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