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재확산 사태를 언급했다. 부실 대처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미 행정부의 ‘훌륭한’ 대응을 강조하고자 다시 한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줄고 있다고 설명하던 중 “뉴질랜드에 대규모 발병이 있었고, 한국도 최근 아주 큰 발병이 있었다”는 말을 불쑥 꺼냈다. 이내 “그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가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결 가능하다는 전망을 덧붙였지만,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꼽힌 국가들의 최근 발병 악화를 부각시켜 미 행정부의 대응을 자찬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트럼프가 감염병 대응 치적을 부풀리기 위해 한국의 성과를 깎아 내린 일은 한 두번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검사량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한국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고,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는 뜬금없이 한국의 통계를 들먹이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한국의 인구 대비 사망 비율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비교하는 기자의 발언에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한국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유럽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는 이날 “전체 사망자 중 44세 이하 비중은 2.7%에 불과하고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유럽의 사망률이 우리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특정 통계를 내세워 미국보다 다른 서방 국가들의 코로나19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가 '방역 성공'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재선 가도의 최대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날 CNN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을 표시한 비율이 58%에 달했는데, 발병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보건당국의 방역 대책을 불신하는 국민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550만명이 넘는 압도적 1위 국가다. 전 세계 확진자 4명 중 1명꼴로 미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루 확진이 7만명에 달하던 지난달보다는 확산세가 둔화했으나 여전히 매일 4만여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사망자도 전 세계의 22%(약 17만명)에 이른다.
트럼프와 달리 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18일 공개된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한국을 "방역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일부 감염이 발생했으나 접촉자 추적과 (방역 지침에 따른) 행동 변화에 매우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