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고문영의 첫 등장 때 흘러 나온 '라 캄파넬라'

입력
2020.08.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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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시며 우아하게 식사 중인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에게 여자 아이가 다가온다.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님 같이 예쁘다"며 아이는 고문영에게 사인을 부탁하지만, 당사자는 그런 칭찬이 불편하다. 결국 아이와 사진을 찍으면서 귓속말로 속삭인다. "내가 쓴 동화 속엔 늘 마녀가 예쁘거든. 예쁜 게 좋으면 이렇게 말해봐. 엄마, 나는 예쁜 마녀가 될래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주인공 고문영의 첫 등장은 이렇게 기괴하다. 극중 아동문학 작가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고문영은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가진 자다. 쉽게 말해 감정이 적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고문영의 성격은 극을 관통하는 핵심 장치다.


그런 고문영이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할 때 흘러 나오는 배경음악도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른바 '고문영 테마'로 불리는 이 배경음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선율과 라벨의 '볼레로'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타악기 소리가 조합돼 있다. 남혜승 음악감독이 박상희 작곡가와 한달 넘게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남 감독은 "고문영이라는 독특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표현하기엔 특정 한 곡의 느낌으로는 부족했다"며 "고정적인 틀에 갇혀 있기보다 상식을 깨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궁금증을 자아내는 드럼 소리는 '볼레로'를 참고한 게 사실이지만, 그대로 쓰인 건 아니다. 남 감독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느낌을 유니크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확 터지지 않고 반복되는 드럼은 기대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머금고 있으면서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볼레로의 주제를 담당하는 플루트 등 관악기 선율은 "너무 나른하거나 부드럽다"는 이유에서 고문영과 어울리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

고문영이 주는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 '라 캄파넬라'였다. 특히 피아노 버전보다, 신경질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바이올린 연주가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종이라는 뜻의 '라 캄파넬라'는 원래 이탈리아의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가 쓴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마지막 악장(종소리 같은 론도)을 리스트가 1838년에 새로 작곡한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는 고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고난도 곡으로 유명하다. 이런 곡을 자유자재로 연주했던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리스트와 라벨 그리고 파가니니, 왠지 고문영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을 법한 이름들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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