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하겠지만... 전공의 무기한 파업 막기는 '역부족'

입력
2020.08.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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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신종 코로나 위기에 "대화하자" 제안
복지부도 "환영의 뜻" …19일 장관과 의협회장 만남
다만 양측 입장 전환 없어 의료계 파업 공산 커

정부의 협의체 구성 제안도 뿌리치고 총파업을 강행했던 의료계가 돌연 '의-정 긴급회동'을 제안했고, 정부가 환영의사를 밝히면서 19일 양측이 대면하게 됐다.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 양측이 공식 테이블에서 만나 대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여전히 정책 전면 백지화 혹은 재논의를 고집하고 있어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당장 21일부터 시작되는 전공의 무기한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확산 징후를 보이고 있는 신종 코로나 위기 관련한 대응책과 함께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건강보험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등 의료정책 '4대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하려 한다"며 "의협 회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의-정 긴급 간담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즉각 화답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협에서 정부와의 대화 의사를 제안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이번 주 내에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이 직접 만나는 간담회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양측이 공식 테이블에서 만나 대화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의료계는 7월 23일 발표된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8월 7일 전공의 집단휴진에 이어 14일에는 1차 의료계 총파업을 감행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의료계 측 주장을 수용하고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의료계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거절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건 정책 전면 재검토인데 정부는 원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두 차례 집단행동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꼼짝도 하지 않자 전공의들은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고, 의협도 26일부터 3일간 제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처럼 '강강강'으로 대응하던 의료계가 한 발 물러서며 대화를 제안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 재확산 시기에 의료계가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표출되는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극적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전히 의료계는 정책의 전면 재검토,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원안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 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논의하겠다"면서도 '그 같은 가능성에 (의대정원 증원)시행 백지화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공동의 목표와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사실상 전면 백지화, 시행 중단 등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21일로 예정된 전공의 무기한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전공의 단체행동 자체는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의 전면 재논의, 정책진행 중단 등의 답변이 나오지 않는 이상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 측은 다만 이번 파업과 신종 코로나 대응은 별개인 만큼 지자체 등과 긴밀히 협의해 선별진료소 등 방역인력이 필요한 곳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이날부터 의사 국가고시 접수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학년 동맹휴학을 통한 투쟁도 이어갈 예정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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