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캄보디아, 태국 反정부 활동가 강제송환"

입력
2020.08.17 17:00
2016년 프놈펜서 실종 "생명 위험" 우려
사실로 드러나면  시위 더욱 거세질듯

유엔이 태국 반(反)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활동가 납치 의혹과 관련, 캄보디아 당국이 비밀리에 태국으로 강제송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유엔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납치 자체를 부인했던 양국 정부의 인권 유린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시위 불길도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17일 캄보디아 일간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주재 유엔 인권전문가 4명은 최근 자체 조사 결과를 담은 서한을 현지 외교부에 보내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태국 반정부 활동가 완찰레암 삿삭싯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우려가 높다”면서 “관련 정황으로 미뤄 완찰레암이 (캄보디아 당국에 의해) 태국으로 강제송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캄보디아는 비협조적 태도를 버리고 국제인권협약에 따라 완찰레암 사건을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견해는 완찰레암 납치 사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국ㆍ캄보디아 정부 입장에 정면 배치된다. 앞서 6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4년 군부 쿠데타 발발 뒤 캄보디아로 도피한 완찰레암이 프놈펜 거리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양국 정부는 “HRW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특히 캄보디아 측은 안팎에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자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완찰레암 사건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태국 반정부 시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위대의 3대 요구 사항 중 하나인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가 완찰레암 실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날 1만명 이상이 참석해 최대 규모로 진행된 거리 집회에서도 완찰레암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와 피켓 등이 등장했다. 태국 당국은 “내달 초까지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방안을 마련하라”는 시위대 요구에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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