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다. 제2의 신천지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방역 피로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지침을 묵묵히 따라온 시민들의 안전이 일시에 위험에 빠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각자의 영역에서 코로나와 힘겹게 싸워왔다.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나 역시 당장 10월로 예정한 기획 공연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2월에 했어야 할 공연이다. 2월 공연을 불과 열흘 앞두고 신천지 사태가 터졌다. 그래서 4월로 급히 한 차례 연기했으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결국 공연을 취소했었다. 거액의 손실을 안고, 어렵게 다시 준비한 공연이 불확실성 앞에 놓였다. 신천지교회가 망쳤던 공연을, 사랑제일교회가 다시 위협하고 있다. 위험 단계 격상으로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업 현장이 다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지금 서울 확진자의 대부분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배 때 방역 지침을 거의 어겼을 뿐 아니라, 무더기 확진이 나오는데도 신도들에게 진단 검사를 미루라고 종용까지 했다.
전광훈 목사의 반사회적 발언은 셀 수 없이 많다. “야외에선 코로나 감염이 안된다” “집회에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비과학적 선동에 이어, 이번 대규모 감염 사태를 “바이러스 테러”라고 엉뚱한 음모론까지 퍼뜨렸다. 자신이 자가 격리 대상임에도 이를 어기고 기어이 15일 광화문 집회에 나가, 마스크를 벗은 채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신도들까지 대거 동원했다. 이 파괴적 맹신은 신천지와 똑같이 ‘공화’의 적이다.
나는 전 목사의 일탈이 개신교 일부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숱한 기행과 문제적 언동에도 개신교는 침묵하고 방조해 왔다. 그의 반사회성을 지적하는 책임 있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개신교계 전체가 이번 사태의 연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개신교의 지나친 배타성과 세속주의는 늘 시민 사회 비판의 표적이 되어 왔다. 배타성이 자리한 곳에 기독교적 사랑과 관용이 깃들 수 없고, 세속주의가 득세한 곳에 영성이 싹틀 리 없다. 많은 목회자가 ‘낮고 가난한’ 영적 구원의 길 대신, 물신적 탐욕과 정치권력화의 길로 갔다. 기독교계의 추문은 잊힐 만 하면 들려왔다. 전 목사의 일탈은 이 풍토에서 자란 것이다.
카리브해 아이티섬의 부족 추장이었던 아투에이는 스페인 침략자들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끔찍한 화형을 당했다. 죽기 전 스페인 종군 신부가 “사후 천국에 갈 수 있다”며 세례를 권했다. 아투에이가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아무 잘못 없는 나의 아내와 딸을 강간하고 죽이고 집을 불태우고 재산을 빼앗은 이 군인들도 천국에 가는가?” 신부는 “당연히 이들은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았으니 천국에 간다”고 대답했다. 아투에이는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천국에는 가지 않겠다. 그것은 천국이 아니다. 이들이 없는 지옥이 바로 천국이다.”
자신들의 배타적 믿음 탓에 선량한 이웃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사람들과, 그런 행동을 침묵으로 방조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천국이라면, 나 역시 그런 천국에 가지 않겠다. 사랑과 관용과 배려가 없는 곳은 천국이 아니다. 그들이 없는 지옥이 나의 천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