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만 늘리는 LCC…코로나19 위기 버틸 수 있을까

입력
2020.08.16 15:39
“버티기 전략 제대로 수립 못하면 연쇄 파산 우려”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은 양양~대구 노선을 업계 최초로 14일부터 취항에 들어갔다. 지상교통으로 5시간 걸리는 구간을, 여객기로 1시간 내 이동해 관광수요를 끌어오겠다는 발상에서다. 에어서울도 최대 국내 수익구간인 김포~제주노선을 기존 대비 2배 늘린 데 이어 21일부터 김포~부산에 신규 노선 운영에 착수한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실적 향상을 위해 향후 김포 발 국내노선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전망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LCC 업계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당장, 노선 확충 등에 주력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 속에 난기류만 몰려오는 모양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주 활동 노선인 제주는 증편에 들어갔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수익이 높지 않아 취항하지 않았던 광주, 여수, 양양 등 비인기 노선까지 출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막힌 해외 하늘길을 대신해 국내여객 수요를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선의 경우에도 에어서울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인천~옌타이(烟台) 노선에 13일 신규 취항하는 등 노선을 확보 중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코로나19 여파(입국금지, 자가격리 조치 등)를 겪고 있어 수요증가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이런 국내선 집중에 힘입어 탑승객은 증가하고 있다. 실제 2분기 이스타항공의 운행중단에도 LCC의 국내여객 점유율(제주항공 반기보고서 기준)은 61.5%로, 지난해 동기(57.5%)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LCC업체들이 국내 여객수송 1위에서 3위까지 차지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를 제쳤을 정도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 2분기에 반짝 수익을 거둔 FSC에 비해 LCC 형편은 정반대다. LCC 1위 제주항공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5% 급감한 360억원에 그치면서 85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진에어(-596억 원) 티웨이항공(-486억 원) 에어부산(-514억 원) 등도 모두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FSC가 코로나19로 급감한 여객 수요를 화물 수요로 전환한 것과 다르게, LCC는 국내노선에서 출혈경쟁을 벌인 결과다. LCC는 여객기 규모와 출항노선, 운송사업 노하우 등의 한계로 화물사업조차 쉽지 않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버틸 방법을 LCC들이 찾지 못해 4분기에는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마지막 카드인 유상증자를 각각 추진 중이지만 나머지 LCC들은 이마저 쉽지 않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업계 요구대로 시장을 자유롭게 해준 이상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버티기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LCC들의 연쇄 파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