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15일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을 맞아 담화를 내고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공개한 '신(新)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과거를 겸허하게 묻는 일은 (오히려) 일본의 명예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검증과 반성 노력을 '자학사관' 등으로 공격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이 나라(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작성하던 때를 회고하며 이 담화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5년 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가 중국, 한국,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정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계속 받고 있다"면서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평화와 민주주의, 국제협력을 기조로 하는 일본의 진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새 담화는 '무라아먀 총리 담화 계승ㆍ발전 모임'에 참여하는 학자 3~4명이 원안을 만들고 올해 96세인 무라야마 전 총리가 손보는 절차를 거쳐 발표됐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비(非)자민당 연립정권 시절인 1994년 6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사회당 대표로 내각을 이끌었던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패전 50주년 기념일인 1995년 8월 15일 당시 내각 수반(총리) 자격으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당시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크고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이나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