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입자가 추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은행들이 집주인에게 관행적으로 받아온 '전세대출 동의 서류'를 앞으로는 받지 말라는 지침을 정부가 은행들에게 전달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에도 세입자의 전세대출 증액시 사실상 집주인의 동의가 여전히 필요해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정부가 아예 확실히 못을 박은 것이다. 정부는 "법에 따라 집주인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은행들의 관행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ㆍ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는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위해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을 때 은행이 집주인에게 받던 '전세대출 동의 서류'를 받지 말라는 지침을 최근 보증기관을 통해 은행권에 전달했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도 집주인들이 전세금 5% 이내 상승과 계약 연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전세대출 증액 서류'에 서명을 해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 연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논란에 따른 조치다.
이 같은 집주인의 '꼼수'는 복잡한 전세대출 구조에서 나왔다. 전세대출은 세입자가 받지만, 실제 대출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걸 막기 위해 집주인에게 바로 입금된다. 자연히 전세 계약이 끝나면 은행은 대출금을 집주인에게 돌려 받는다. 이에 은행은 집주인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게 된다.
은행은 대출금을 확실히 돌려받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의 보증도 이용한다. 집주인이 대출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우선 은행에게 대출금을 지급하는데, 향후 집주인에게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보증기관은 은행의 채권을 가져가거나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다.
이때 채권 양도나 질권 설정 사실은 보증기관이 집주인에게 '통지'만 해도 효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간 은행들은 자체적인 안전판 차원에서 집주인의 서명 등 ‘동의 의사’가 표현된 서류를 더 받아 왔다.
최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시중은행들은 언론에 "집주인 서명 서류가 없으면 대출 실행이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일부 집주인들은 동의를 해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세입자는 공포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법상 채권 양도나 질권 설정에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후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이번에는 보증기관을 통해 은행에게 "집주인 동의 서류를 받지 말라"고 강제적인 지침을 내린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 자료에서 절차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며 "애초 은행이 받아온 집주인 동의 서류는 필요 없던 것이다. (지침이 내려가고 부터는) 은행들도 관련 서류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보증기관 관계자도 "보증기관에서 통지하는 절차를 밟기 때문에 보증 계약을 맺게 되는 은행들에게 집주인의 동의 서류는 받을 필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