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집중호우 피해 대응을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4차 추경이 현실화하면 1961년 이후 59년만의 1년 4차례 추가 예산 편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안 국회 통과(7월 3일)로부터는 38일만이다. 국난 상황에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는 논리지만, 나라 곳간이 바닥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당은 4차 추경 규모를 약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속된 폭우로 지금까지 40명이 넘게 사망ㆍ실종됐고 이재민만 7,000여명이 넘었다”며 “피해 복구를 위한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안 편성 등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 고위 당정협의를 갖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4차 추경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수해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한 정부 예비비가 2조원 가량 남았지만,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4차 추경 편성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애초 4차 추경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35조3,000억원)의 3차 추경안 통과 한 달 만에 추가로 나라 빚을 늘리기엔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하지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예비비로 충분하지 않으면 재해 추경이 필요하다”(6일)고 제안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추경 편성을 위한 최대 난관인 ‘야당 반발’ 부담이 줄어서다.
여기에 폭우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정책 실패로 촉발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도 깔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10일 기준 민주당 지지율은 35.1%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합당(34.6%)과의 지지율 격차도 0.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추경 검토 발표에 당정 간 조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당이 재해 극복에 주도권을 쥐고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추경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예전 재해 추경 수준인 2조원 안팎 규모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태풍 '에위니아' 강타 때 각각 4조1,000억원, 3조원, 2조2,000억원을 추경 편성했다. 민주당은 우선 오는 12일 고위 당정회의를 열어 추경 여부와 규모를 논의할 방침이다. 편성 확정 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4차 추경을 할 경우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이미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 추경(59조원)을 했다. 3차 추경 결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역대 최대치로 올랐다.
재정 건정성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와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수해 대책과 관련 “기정예산(이미 확정된 예산)과 예비비 지원 등 재정 지원에서 ‘속도전을 벌인다’는 자세로 신속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예비비를 우선 투입하자는 의미로, 4차 추경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