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의원은 왜 국회에 100장의 '대자보'를 붙였나

입력
2020.08.10 17:56
1호 법안 '비동의 강간죄' 발의 앞두고 소개 나서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류호정이라고 합니다. '비동의 강간죄'를 소개하고 싶어 대자보를 붙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10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샛노란 대자보가 붙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호 법안으로 준비하는 '비동의 강간죄(형법 일부개정법률안)'를 소개하려 직접 준비한 대자보다.

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7월 30일에 모든 의원실로 법안을 송부 드렸다. 의원님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도록 한 번 더 챙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회에서 법률안 발의를 위해서는 의원 10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류 의원은 이미 해당 법안을 함께 발의할 10명을 채웠지만, 동료 의원뿐 아니라 '입법 노동자'인 국회 보좌진에게도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관련 법안을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형법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만을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성범죄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법망을 피하는 근거가 돼왔다. 류 의원은 "성범죄 처벌을 위해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유형력 행사로 인해 침해당한 신체의 자유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 법에서는 '업무상 관계'가 아니면 위계와 위력을 통한 성범죄를 처벌하지 못한다"며 문화ㆍ예술ㆍ체육계와 같은 특수고용분야에서 '업무상 위력 등에 따른 간음죄'가 성립되기 어려운 현실 역시 짚었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은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힌 법안이기도 하다. 류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내 해당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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