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뒷광고 말라'는 공정위 지침... 9월부턴 뭐가 바뀌길래

입력
2020.08.08 11:00
9월1일부터 유튜브 ㆍ 블로그 등 새 광고지침 시행
광고 표시기준 명확화… 뒷광고 관행ㆍ허위사실 유포 줄어들 듯


'유튜버가 '내돈' 내고 사먹은 치킨이 알고보니 광고였다면…'

최근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돈을 받고 찍은 광고인데도 마치 직접 사서 사용해본 것처럼 속이는 이른바 '뒷광고'에 대한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을 찍을 때나 라이브로 방송을 할 때는 광고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은근슬쩍 광고 사실을 집어넣거나, 아니면 시청자들이 알아보기 힘든 방식으로 광고라고 표시하는 것인데요.

지난 7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가수 강민경 등 유명인들이 유튜브에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인 것처럼 상품을 소개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지난 4일에는 유튜버 '애주가 참피디'가 이른바 저격 영상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격 대상이 된 유튜버는 물론 최근 시청자들로부터 의심을 사던 일부 유튜버들은 사과 방송을 진행하고, 유튜브나 트위치 채널 등에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유튜버들의 소속사 격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도 영상을 통해 "소속 유튜버의 일부 영상에 유료 광고 관련 표기 문구가 누락돼 있었다"며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사과를 진행했습니다.

먹방으로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쯔양은 의혹 제기 이후 계속되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질타가 아닌 '몰래 뒷광고를 해왔다', '탈세를 해왔다' '사기꾼' 등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댓글 문화에 지쳐 앞으로 더는 방송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참피디도 자신의 방송에 쯔양을 초대해 "쯔양은 절대로 뒷광고나 소비자 기만을 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유튜버들의 사과문을 보면 "9월 1일 공정위 지침 개정안 시행에 맞춰 '유료광고' 문구를 미리 삽입하고 있다"는 언급이 자주 나옵니다. 9월부터 어떤 내용이 바뀌기에 유튜버들이 바삐 움직이는 걸까요.


유튜버가 몰래 한 광고, 공정위가 잡는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왜 유튜버들의 광고에 제동을 거는지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유튜브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광고에 대해 규정하는 '추천ㆍ보증 등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지침'(추천 보증 심사지침)을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블로거들이 광고주들로부터 협찬을 받고 리뷰 게시물을 쓰면서 대가성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유명 블로거의 게시물을 읽는 독자들이 협찬받은 제품에 대한 칭찬 일색인 글을 보면서 제품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마련이니, 최소한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 정도는 표시하라는 것이죠.

유튜브 광고는 아직 사례가 없지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부당광고는 이미 몇 차례 제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화장품(4개), 다이어트 보조제(2개), 소형가전(1개) 등 다양한 분야의 인스타그램 광고가 적발돼 광고주들이 총 2억6,900만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라는 사실을 최대한 숨기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광고주들은 광고라는 문구를 알아보기 힘들게 표시하도록 요구하기도 했죠. 인플루언서들도 여러 해시태그 중간에 '#광고포함' 이라는 사실을 써 놓거나, 유튜브 시청자들이 잘 보기 힘든 '더보기'란에 광고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유명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 된 게시물(인스타그램 220개, 유튜브 252개)을 조사해 봤더니,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99개(56.9%), 유튜브 게시물 중 27개(15.5%)에서 '광고'표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광고 표시가 된 유튜브 게시물 27개를 다시 분석해 보면 제목(2개)이나 영상 도입부분(11개)에 표시한 사례는 절반이 안되고, 게시물 안의 더보기(13개)나 댓글(1개)에 숨겨놓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광고 사실을 알기 힘게 숨기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그 동안 이런 방식으로 광고 표시를 하면 안된다는 규정이 없었기에 별도의 처벌은 할 수 없었습니다.

9월부턴 영상에 '유료광고' 표시

이 때문에 공정위도 관련 지침을 바꿔 유튜브 시청자들이 광고 사실을 알기 쉽게 하려 합니다. 공정위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추천 보증 심사지침이 사진 중심(인스타그램 등), 동영상 중심(유튜브 등) 다양한 형태의 SNS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9월 1일부터 심사지침 내용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로 공개한 심사지침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실시간으로 방송을 할 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 등 리뷰 하는 방식에 따라서 어떻게 광고성이라는 표시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지침이 모호하다는 점을 악용해 광고 사실을 숨겨왔던 인플루언서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릴 때는 제목이나 동영상 안에 광고라는 표시를 해야 합니다. 동영상에 광고 사실을 표시할 때는 광고 내용이 재생되는 동안 '유료광고' 표시를 해야 하고, 상품 후기 시작부분과 끝 부분 등에도 반복해서 표시를 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 않아도 쉽게 광고성 영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실시간으로 방송을 할 때는 자막으로 광고 사실을 알리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리뷰 도중 5분마다 대가를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말로 언급해야 합니다. 방송을 할 때, 영상을 만들 때 부터 광고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언급해야 하니 뒷광고는 원천 차단되는 것이죠.

인스타그램에 광고성 후기를 남기는 경우에는 사진 안에 광고라는 표시를 남기거나, 첫번째 해시태그에 '#광고'라고 적어야 합니다.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남길 때도 게시물 시작이나 끝부분에 수수료를 지급받았다고 밝혀야 합니다. 만약 광고라고 명확히 표시하지 않고 '체험단', '정보성' 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거나, 영어로 '땡스 투(Thanks to)', '파트너십(Partnership)' 등의 표현을 하는 것도 안됩니다.

광고 목적으로 은근슬쩍 브랜드가 노출되는 옷을 입고 나오거나, 특정 음료수를 잘 보이는 곳에 둔 채 방송을 진행하는 등 일종의 간접광고에 대한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유명인이 SNS에 상품이나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도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가를 받은 적이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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