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 선임 인천, 운영 정상화 시급

입력
2020.08.07 16:21


'난파선'으로 불렸던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우여곡절 끝에 조성환(50)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구단 안팎에서 “이 결정을 진작 내렸어야 했다”고 할 정도로 그간의 행보가 엉망이었다. 조 감독은 패배 의식에 젖은 선수단을 추스르고, 구단은 비정상적 행보를 반성하고 정상화를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선결 과제다.

인천은 제11대 사령탑으로 조 감독을 영입했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1시즌까지로, 일단 이번 시즌 팀이 강등되더라도 임기를 한 해 더 보장받을 수 있다. 구단은 “여러 감독 후보군 중 현재 인천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을 지녔는지를 살폈다”면서 “선수와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조 감독은 인천 흔들릴 대로 흔들린 선수단을 추스를 최적의 인사란 평가다. 수비수 출신인 조 감독은 2014년 제주 2군 감독을 맡은 뒤 이듬해 1군 감독으로 승격했고, 2016시즌 정규리그 3위와 2017시즌 정규리그 준우승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부임 당시 선수단의 패배 의식을 걷어낸 점은 큰 성과란 평가를 받는다. 김호남(31) 등 제주 시절 조 감독 아래서 지도받은 선수들도 포진해 있단 점 또한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다.

다만 성적 상승만큼 구단 운영 시스템 점검이 더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팀 최다 7연패 책임을 지고 임완섭 감독이 물러난 뒤 시작된 인천의 새 사령탑 선임 작업은 상식 파괴의 연속이었다. 인천은 그간 췌장암 완치 판정도 받지 않은 유상철 명예감독, 수원삼성 감독을 그만둔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이임생 감독을 신임 감독 후보로 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감독 선임작업을 원점을 되돌렸다.

현재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빠르게 반전하고, 팬들의 지지를 얻는 덴 강등권 탈출만큼 간단한 방법은 없다. 일단 성적만 나오면 미숙한 구단 운영이나 시즌 중 겪은 과오는 슬그머니 덮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도 한 번 덮치면 와르르 무너질 그럴싸한 형태의 모래성일 뿐이란 게 구단 안팎 지적이다. 구단 운영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인천은 한동안 강등권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태다. 11위 FC서울과 승점 차가 8점으로 벌어진 가운데, 조 감독 앞에 놓인 기회는 14경기뿐이다. 조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오는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성남FC를 불러들여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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