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북한의 사전 통보 없는 임진강 황강댐 수문 개방에 대해 공개 유감을 표했다. 남북대화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강조했던 당정청이 이례적으로 북한 비판성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수해 피해 민심을 고려한 원칙적 대응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기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을 방문해 폭우 대응 상황을 점검하면서 "북측에서 황강댐 방류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군남댐 수량 관리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아쉽게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그렇게 하도록 남북이 합의했는데 잘 이행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열린 제31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북쪽의 일방적 방류 조처에 유감을 표한다”며 “북쪽도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방류 조처를 할 때는 사전통보 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남북합의 위반과 속 좁은 행동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2009년 북한의 무단 방류로 주민 6명이 물에 휩쓸려 사망한 뒤 남북은 황강댐 방류 정보를 교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부터 황강댐 수문을 총 3차례 개방해 방류하면서도 사전통보는 하지 않았다.
당정이 이날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한 것은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을 향한 ‘내부용 메시지’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 떨어진 황강댐은 총 저수량이 3억5,000만톤에 달한다. 북한의 황강댐 방류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연천에 만든 군남댐의 저수량은 7,100만톤에 불과해 무단 방류 시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역대 최고점인 13m(5일 오후 8시 기준)를 찍었고 경기 연천과 파주 등 저지대 주민 4,000여명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황강댐 방류로 주변 농지 침수 피해가 커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집중 호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합의 불이행을 짚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북한의 통보 없는 황강댐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의 재산과 안전이 위험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자연재해를 고리로 인도적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6월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대화는 현재 단절된 상태다. 이 장관은 “접경지역의 재해ㆍ재난에서부터 작은 협력이 이뤄진다면 이것은 남북 간의 큰 협력으로 발전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집중호우로 황강댐 수문을 열 수밖에 없었던 북한 내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