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47)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시민단체들이 신청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는 열리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났다. 이미 이 사건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철(55ㆍ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신청으로 열린 심의위에서 결론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장은 한 검사장과 시민단체 등의 신청한 심의위 소집 5건에 대해 부의심의위원회(심의위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을 진행하지 않고 관련 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 검사장 외에도 민주언론시민연합,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연) 등이 심의위 소집 신청을 냈다.
검찰시민위원장은 한 검사장의 신청에 대해서는 “같은 사건에서 동일한 사유로 심의위가 이미 개최되었다”며 부의심의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민언련 등 시민단체 신청 건에 대해서는 "소집 신청권이 없다"고 봤다. 대검 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고소인, 기관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등이 심의위 소집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시민단체는 신청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심의위는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에게 협박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전 VIK 대표 신청으로 지난달 24일 한 차례 열렸다. 당시 이 전 대표, 이 전 기자, 한 검사장,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등이 참석해 각자 의견을 피력했다. 심의위는 이 전 기자에 대해선 ‘수사계속 및 기소’ 권고를, 한 검사장에 대해선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각각 의결했다.
심의위가 열리지 않게 됨에 따라 수사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는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이달 5일 구속시한이 끝나는 이 전 기자를 절차에 따라 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기소 전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 이 전 기자의 노트북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에서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보여주는 물증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자,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드러낼 증거를 마지막까지 찾는 셈이다. 검찰은 노트북 포렌식 결과를 분석한 뒤 이 전 기자 공소장 작성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