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은 왜 '아파트 5채' 판사를 추천했을까

입력
2020.07.31 16:27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무산된 인물은 아파트 5채를 보유한 판사였다.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와대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였던 셈이다. 최 원장은 왜 굳이 다주택자를 문재인 대통령에 제청한 걸까.

31일 정부 및 여권의 복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최 원장은 판사 시절 함께 일한 A씨를 감사위원에 추천했지만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탈락했다. A씨가 서울 서초구, 용산구, 인천 연수구 등 수도권에만 아파트 5채를 보유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추천했으나, 최 원장은 이를 거부하고 '제3의 인물을 찾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청와대는 최 원장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최 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중립적이고 직무상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을 제청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A씨를 최 원장이 굳이 검증대에 올린 이유가 물음표로 남는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이 현재 공직에 있는 A씨를 감사원으로 들이려 한 ‘특별한 이유’를 놓고 여러 말들이 오르내린다. 여권에서 “최 원장과 A씨가 특수관계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된 것도 그래서다.

최 원장으로선 자신과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 감사위원으로 임명되길 바랐을 가능성이 짙다. A씨는 최 원장이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할 당시 부장판사를 지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중간결과를 논의한 지난 4월 감사위원회에서 최 원장이 다른 감사위원 5명과 의견을 달리했던 것이 최 원장의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감사위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데, 청와대와 감사원은 현재 공석인 한 자리를 채울 인사를 찾고 있다.

최 원장이 검증 낙마 가능성을 무릅쓰고 A씨를 무리하게 추천했다기보다는 5주택자라는 사실을 다소 안이하게 봤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감사원 주변에선 “감사위원으로서의 '적합도'를 최 원장이 확신했던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최 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감사원에 대한 섣부른 발언이 감사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감사위원 인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탤 말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 원장을 향한 ‘불편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여당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최 원장이 감사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을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나. 늦게나마 부적절함을 인정했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꼬집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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