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검찰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 카드를 압수한 뒤, 이를 다른 공기계에 꽂아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감청으로 볼 여지가 있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적법한 영장 집행이었다”고 반박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지난 29일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유심칩을 다른 휴대폰에 끼우는 방법으로 그의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메신저 계정 접속을 시도했다. 한 검사장이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의 ‘협박성 취재’에 공모했다고 볼 만한 대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검사장한테서 압수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자, 일종의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검찰은 텔레그램에선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고, 카카오톡의 경우 본인 인증을 새로 한 뒤 새 비밀번호를 발급받아 로그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대화 백업 저장을 설정해 두면 새 기계에서도 과거 대화 내역을 내려받을 수 있다. 수사팀은 2시간30분간 분석 작업을 벌였고, 이후 한 검사장 측에 유심을 돌려줬다.
문제는 이와 관련, ‘불법 감청’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 출신인 구태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감청은 전기통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내용을 보는 걸 뜻한다”며 “공기계에 유심칩을 끼운 뒤 새로 수신되는 메시지를 봤다면 감청”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의 SNS 우회 접속을 목적으로 유심을 압수했다면, 감청영장도 필요했다는 의미다. 한 검사장의 변호인은 “감청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으나, 수사팀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해서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한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압수영장 내용을 공개할 순 없으나, 영장 집행 시점이든 그 이후든 신규 메시지를 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심을 압수한 순간에만, 그리고 영장에 기재된 ‘과거 자료’들만 특정해서 봤기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이 청구한 압수영장에는 ‘유심 활용 우회 접속’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수원지검의 1,000억원대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 수사 과정에서 쓰인 이 수사기법은 ‘우수 수사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한 검사장의 유심 압수수색 현장에서 빚어진 몸싸움과 관련, 서울고검은 전날 한 검사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한 검사장은 정진웅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감찰 요청서를 냈으며, 정 부장검사 또한 한 검사장을 향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