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장금자할머니, 한글 배운지 1년반 만에 시화전 최우수상 '기염'

입력
2020.07.29 15:58



‘코로나 때문에 좋았다. 오랜만에 영감님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계속 있었다. 속만 썩이던 영감님 평생 미워했는데. 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 그리 지내다보니 정이 들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에 사는 장금자(73)씨가 올해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공모전에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은 ‘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이다.

장씨의 작품은 표현의 독창성에서 호평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안에서 남편과 온종일 부대끼면서 새삼 깊은 정을 느낀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화공모전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성인 문해교육(글을 모르는 어른들에게 문자해독 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활성화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여는 대회다.



장 할머니는 칠순을 두 해나 넘긴 지난해, 증평군의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인 ‘증평 김득신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한글을 익힌 지 1년 6개월만에 전국 시화전에 응모, 3,800여점의 출품작 가운데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장 할머니는 “문해교육이 저의 인생 2막을 열어줬다”며 “나중에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배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주위에 조언했다.

장씨의 작품을 비롯한 이번 시화공모전 수상작들은 문해의 달인 9월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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