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이 소속 선수들을 술자리에 강제로 동원하고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선수들이 29일 대구시체육회로 '성추행이 없었다'는 요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체육회 측은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며 진정서를 반려했다. 일각에선 팀 해체를 우려한 피해 선수 측이 진상을 주워 담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대구시체육회에 따르면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 15명 명의로 '감독의 성추행 사실이 없었고, 팀이 그대로 유지되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가 제출됐다. 이날 진정서는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주장 A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의 성추행 여부를 적도록 해서 작성됐다.
A선수는 대구 수성구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내 핸드볼훈련장에서 "성추행은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선수는 회식 자리에서 술시중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00만, 200만원 정도 드는 음식을 사비로 사주는 회식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고마운 마음에 자진해서 '술 한 잔 받으시라'며 권하는 정도였고, 강요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A선수는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당사자가 느끼는 것이고 2차 가해가 될 소지도 있어 따로 물어보지 않았다"며 "그동안 성추행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선수는 자신이 추진한 진정서의 신뢰도 문제에 대해서는 "선수끼리는 아무 문제가 없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더라도 팀해체 걱정은 하지 말고 진실을 알려달라'는 대구시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았기 때문에 소신껏 진정서를 쓰도록 했다"며 "진정서 작성 의도를 오해할 우려도 없애기 위해 녹음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체육회 측은 "진정서는 참고용일 뿐이며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진 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수 15명의 진정서 내용이 성추행이 없었다고 되어 있다"며 "2차 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고 진정서 내용을 믿기도 힘들어 조사가 끝난 후 수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 미뤄 성추행 피해자는 자신의 인적사항이 대구시와 체육회 측에 그대로 노출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성추행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진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업무에서 배제된 여자핸드볼팀 감독은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핸드볼팀 성추행과 관련한 상담이나 진정이 전혀 없었고, 피해자의 인적사항도 알지 못한다"며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가칭 민간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구시나 대구시체육회는 빠지고 민간을 중심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0일부터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일부 선수는 합숙소에서 회식을 겸한 술자리가 열린 4월 감독이 귓속말을 한다는 명목으로 선수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고 입맞춤을 했다는 등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또 대구시 핸드볼협회 간부도 성추행을 했지만 감독은 이를 말리지 않고 신체접촉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