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건당국 책임자, 코로나 백신 먼저 맞았다

입력
2020.07.29 14:40
백신 음모론, 대중의 불신 해소하려
"과학자가 먼저 용기내야 세계 설득"
中 코로나 감염 107일만에 세 자릿수


중국 보건당국 책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공개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해소하고 미국에 맞선 중국 과학기술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100여일 만에 세 자릿수로 늘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지난 26일 온라인 학술세미나에서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고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이 29일 보도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접종 시점과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오 주임은 "백신에 대한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고 과학계조차 백신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이라 대중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먼저 맞은 것"이라며 "과학자가 용감하게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전 세계를 설득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치열한 백신 연구개발 경쟁을 거론하며 "중국과 미국이 과학적으로 분리되기 보다 더 많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오 주임은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해온 바이러스 전문가다.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앞서 지난달 5일에는 그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ㆍ영국ㆍ중국ㆍ독일 등 각국의 국책기관과 연구소, 제약회사들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백신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거나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감염자가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의료보장국은 "이달 19일까지 코로나19 확진ㆍ의심환자를 위해 보험금 12억3,200만위안(약 2,102억원)을 지급해 신청 대비 지급률이 6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전날 확진자가 107일만에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폭증 조짐을 보였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본토 확진 98명, 해외유입 3명 등 101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며 "이 중 89명은 신장의 사례"라고 밝혔다. 신장에선 24일 20명, 25일 22명, 26일 41명, 27일 57명으로 연일 집단감염이 증가 추세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8명이 추가 감염된 랴오닝성은 내달 7일로 예정된 다롄 세계맥주축제를 취소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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