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 아동 살해사건, 창녕 아동학대 사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국면에서 아동ㆍ청소년 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간 각 부처별로 위기 아동ㆍ청소년 대응이 제각기 이뤄졌던 것을 통합하고 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아보전) 등 인프라를 확충하며 법과 제도 개정을 통해 친권을 제한해서라도 위기 아동을 보호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29일 오후 교육부ㆍ법무부ㆍ보건복지부ㆍ여성가족부ㆍ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서울과 세종 정부청사에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창녕 초등생 학대 사건에서는 피해 아동의 이전 거주지였던 거제시가 아동의 학대 피해, 위탁가정 돌봄 사실을 알았으나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학교에서 아이의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의 학대피해 및 위기 아동 정보를 학교에 주기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초ㆍ중ㆍ고뿐만 아니라 유치원ㆍ어린이집까지 학대피해 아동 정보공유가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등 지자체와 교육현장의 유관기관이 협력체제를 마련한다.
부처별로 관리하던 위기 아동ㆍ청소년 정보 역시 시스템을 통합해 연계ㆍ공유하기로 했다. 현행 경찰청이 복지부에 일일이 공문으로 송부해야 했던 가정폭력 신고 정보를 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식이다.
또한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친권을 제한해서라도 위기 아동 보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발생한 천안 아동 살해사건도 경찰이 학대 의심신고를 받고 아보전 담당자도 가정을 방문했지만, 부모의 말만 믿고 훈육과정 상의 해프닝으로 보고는 부모가 반성의 기미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를 분리하지 않고 원가정 보호조치를 내렸다가 보름만에 재학대로 사망에 이른 경우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아동학대가 명확히 의심되고 피해 아동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학대전담공무원이 피해 아동과 행위자를 즉시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기존에는 '원가정 우선 보호', '아동 의사 존중' 원칙으로 현저히 재학대 위험이 높은 상황 외에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원가정에서 아동을 계속 양육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대 의심 신고 단계에서 위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 또는 훈육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전환을 위해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62년만에 폐지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초기 단계에서 현장조사 이행력도 강화한다. 기존엔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아보전이 함께 현장조사를 나가도 학대 행위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현장 출입권한이 제한돼 조사 이행이 어려웠다. 반면 행위자 처벌은 과태료가 부과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외부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부모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경찰과 학대전담공무원이 출입할 수 있는 장소의 범위를 현행 '범죄가 행하여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된 현장'에서 '신고된 현장 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로 확대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아보전,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보호 시설의 확대와 종사자 처우도 개선한다. 2022년까지 아보전 20개소를 추가 확충하고 쉼터 역시 내년까지 10개소 내외 증설을 추진한다. 여기에 학대 피해 아동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탁 가정 형태로 보호하는 '전문가정위탁'제도 안착을 위해 법제화가 이뤄진다.
2022년까지 예정됐던 전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도 내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또한 아동학대 조사를 수사에 준해 수행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전담공무원대상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도 검토하고 이들의 전문성 강화 및 24시간 대응체제도 만든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 발표로 끝나지 않도록 관계부처ㆍ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추진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반기 1회 원칙)하고 방안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