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에 정착한 지 5년째인 탈북민 A(27)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거듭 남한 생활이 녹록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한국에 온 뒤 얼마 안돼 수도권의 한 전문대학에 들어갔지만 1년 만에 그만 뒀다. 수업을 따라가는 건 둘째치고 탈북자인 그에게 쏟아지는 곱지 못한 시선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힘들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도 탈북자 딱지 때문에 일을 오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반복됐다. 그는 "지금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데 언제나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새로운 조국에서의 앞날을 걱정했다.
최근 탈북민 김모(24)씨가 남한으로 건너온 지 3년 만에 다시 재월북한 사건이 벌어지자,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탈북민을 향한 차별적 시선 탓에 한국에서 적응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당장 온라인에선 '탈북자들은 북으로 당장 돌아가라'는 식의 비방 댓글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 걸고 남녘으로 탈출했지만, 완전히 다른 체제의 '새터'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탈북민은 국내에 들어오면 국가정보원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3개월간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기초 교육을 받는다. 하나원을 나오면 임대아파트와 6개월간 월 5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지원 받는다. 하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지원금이 끊겨 스스로 구직 활동에 나서야 한다.
탈북민들은 적응 교육 기간이 너무 짧고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건너 온 50대 남성 B씨는 최근 고민 끝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방의 임대아파트를 포기하고 서울의 한 고시원에 입주했다. 애초 하나원에서 거주지를 고를 때 별다른 정보가 없어 생각없이 대전의 한 지역을 택했는데, 정작 대전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서울로 와야했기 때문이다. B씨는 "하나원에서 지역을 옮길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며 "식당에서 받는 월급으로 고시원비를 감당하는데 생활이 너무 쪼들린다"고 토로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에겐 한국사회가 더 험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살 자녀와 함께 한국에 온 탈북민 C씨는 1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C씨는 어쩔 수 없이 애초 거주지로 정한 경북 구미를 떠나 지난 1월 서울로 올라와 겨우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자리를 구했다. C씨는 "탈북민 싱글맘이라고 하니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지금 집세도 겨우 감당하는 수준인데 앞으로 얼마나 생활이 나아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생활고보다 괴로운 것은 탈북자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과 배타적 인식이다. 지난해 남한으로 건너 온 탈북민 D씨는 "최근 재월북 사건 이후 댓글 등에 "쟤네 왜 받냐" "그냥 돌아가라"는 식의 댓글이 줄줄이 올라온 걸 보고 너무 상처를 받았다"며 "대북전단 이슈 때도 이미지가 안 좋아졌는데 앞으로 탈북민 인식이 더 안 좋아질까 너무 걱정이다"고 했다.
전주명 통일을준비하는탈북자협회 대표는 "(이번 월북 사태를 계기로) 신변보호제도 등 탈북민을 감독하는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 나아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