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11월 3일은 정말로 재앙이 될까. 100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두고 우울한 전망이 적잖게 나온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잠식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일부 국가의 대선 개입으로 이어질 거란 예상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코로나19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현지시간) "유권자 수천만명이 투표장에 가야 하는 11월까지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투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은 내달 전당대회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공화당은 아예 취소했다. 워싱턴ㆍ오리건ㆍ콜로라도주(州) 등이 100% 우편투표를 실시키로 하는 등 대다수 주정부들은 비대면 투표 등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과 인력이다. 앞서 4월에 실시된 조지아주 예비선거 때는 투표일 나흘 후까지도 개표가 절반 가량만 진행됐다. 우편투표 용지가 각 선관위로 도착하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투표자 총수도 확정하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치러진 위스콘신주 예비선거에선 평소 180곳에 달하던 밀워키시 투표소가 5곳만 운영됐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지금의 재확산 추세라면 11월 대선 때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4년 전 대선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과 같은 적성국의 대선 개입 논란이 더 가열될 것이란 예상도 많다. 이미 정보기술(IT) 공룡기업 구글은 "이란 해커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캠프를 해킹 목표로 정했다"고 밝혔고, 중국은 홍콩 민주화운동이나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해외정보 수집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검증할 수 없는 가짜뉴스의 무차별 살포와 유권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한층 높아졌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이번 가을에 '장난'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올해 대선 개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으로 지목된 국가들의 공통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자국 우선주의와 배타적 고립주의를 앞세우는 과정에서 정면충돌한 나라들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이에 불복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그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확산되고 있는 우편투표를 대규모 부정선거 시도로 규정한 것을 두고서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대선 결과를 수용할지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미국 대선 역사상 불복 사례는 없었다. 2000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이 역시 중간에 취하했다. 폴리티코는 이를 근거로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트럼프는 지도자가 오랜 규범과 절차를 무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대권'을 사용해 대선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