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서버 접속장애로 가상화폐 매도 시점을 놓쳐 피해를 봤다며 투자자들이 운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접속 장애 발생에 회사측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 이석재)는 22일 투자자 600여명이 빗썸을 운영하는 회사 비티씨코리아닷컴(현 빗썸코리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빗썸은 지난 2017년 11월 12일 거래 서비스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30분간 중단했다. 당시 비트코인캐시(BCH) 시세가 하루만에 1.5배 폭등하는 등의 상황으로 평소에 10만건 안팎이던 시간당 주문량이 20만건 이상으로 치솟아 서버에 전산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에 "거래가 중단된 사이 BCH와 이더리움클래식(ETC)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해 시세 차익만큼 손해를 봤다"며 총 131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버 마비 직전의 가격과 재개 직후의 가격 간의 차액을 근거로 청구 금액을 산정한 것이다.
재판에서 투자자들은 "빗썸코리아는 투자자들과 맺은 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라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유지ㆍ운영ㆍ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전산 장애를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사전에 조치하지 않아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사 측이 전산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당일 주문량이 폭증해 전산 장애 발생 직전에는 시간당 27만9,000여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감정인 보고를 보면 회사 측이 주문량 폭증을 예측하거나 미리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산 장애 발생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