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류현진(33ㆍ토론토)의 이적 첫 등판은 아쉬움이 남았다. 6-1로 앞선 5회말 투아웃까지 무난히 잡았지만 쓰쓰고 요시모토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냉정하게 류현진의 공을 빼앗았다. 그 동안 류현진을 대했던 극진한 대접을 감안하면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내려 보낸 건 다소 의외였다.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는 류현진도 마운드에서 한 동안 하늘을 바라본 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류현진은 지난 25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원정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했다. 특히 4사구를 3개나 준 건 '제구력의 달인' 류현진에겐 낯선 모습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의 첫 등판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경기 후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실수한 건 홈런을 허용한 그 공뿐이다. 투구수(97개)가 많아서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5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올 때 공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했던 류현진에 대해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강판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그런 선수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며 류현진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높이 평가했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이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 승리를 견인했다는 호평 일색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류현진은 5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그때까지 그는 타자들이 넉넉한 리드를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했다. 토론토 소식을 전하는 스포츠넷은 26일 "류현진은 지난 시즌 29경기에 등판했고 20경기에서 팀이 승리했다. 그리고 앞선 시즌에는 15번 선발 등판해 팀이 10승을 거뒀다. 류현진이 등판한 날 팀 승률 0.682다. 이런 선수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개막전에서 6-4로 승리를 거뒀기에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며 류현진을 치켜세웠다.
토론토 팬들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팬들의 분석을 전하는 팬사이디드는 26일 "류현진은 연봉이 한 푼도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면서 "숫자로는 나빠 보이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그런 모습만으로도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토론토는 26일 탬파베이와 2차전에서 1-4로 패했는데 부상에서 돌아온 베테랑 선발 맷 슈메이커가 6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부활을 알렸다. 이에 몬토요 감독은 다시 류현진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류현진과 슈메이커가 만족스러운 피칭을 한 건 매우 좋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은 25일 피츠버그와의 개막전에서 5-2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동안 2피안타 2실점(1자책)했지만 미국 무대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한국인이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건 1999년 김병현(당시 애리조나)에 이어 두 번째다. 김광현은 26일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고 약속했다.
개막전에서 침묵한 추신수(38ㆍ텍사스)와 최지만(29ㆍ탬파베이)은 이틀째 경기에서 나란히 첫 안타를 신고했다. 추신수는 26일 콜로라도전에서 4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최지만은 토론토와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