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불턱’에 각주를 달고 상세히 설명해놓았다. “둥그렇게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노출을 차단한 곳으로, 불을 지펴 추위를 녹이며 동네 소식들을 전하거나 물질 기술을 전수하는 해녀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비단 각주가 아니어도 충분히, 차가운 바닷속을 잠수하는 해녀의 노동이 숭고하고 아름답게 전달된다. 고된 노동의 흔적이 일어나는 서로의 몸을 두고 ‘꽃’으로 명명하는 행위는 여성의 노동과 삶을 건강하게 긍정하는 데서 나아가 대개 여성혐오로 여성이 ‘꽃’에 비유됐던 비속한 의미를 바꾸어내기까지 한다. ‘동백꽃’은 자연스레 4ㆍ3 사건을 떠오르게 하니, 제주라는 지역성을 밑그림으로 해녀의 삶이 더 붉게 피어나고 번진다.
제주 해녀를 담은 그림책 '물개할망'과 함께 읽어본다. 이 그림책은 제주 해녀 이야기를 아일랜드 셀키(Selkie) 설화와 연결시켰다. 그림책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와 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벤과 셀키요정의 비밀'로 유명하듯 바다표범인 셀키는 뭍으로 올라와 가죽을 벗고 인간으로 변신하는 존재다. 두 이야기에서는 모두 여자 셀키가 가죽을 숨긴 남자와 결혼했다가 다시 가죽을 찾고 바다로 돌아가니, 나무꾼과 선녀 설화와 비슷하다. 여성들이 자신을 빼앗겼다 결국 돌아가는 깊고 푸른 바다와 하늘에서처럼, 이 땅에서도 헤엄치고 날아다니듯 거침없이 자유로운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