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주유소’라 불리는 공군의 공중급유기(KC-33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활약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이라크의 우리 교민을 구출하기 위해 23일 바그다드로 날아간 것이다. 재외국민 구조에 공중급유기가 투입된 건 처음이다.
23일 국방부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해공항을 출발한 공중급유기 2대는 이라크에서 교민 290여명을 태우고 24일 오전 8시쯤 인천공항에 복귀한다. 이라크로 날아간 KC-330에는 군의관과 간호장교, 검역관 등 의료진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탑승했다.
유럽 방위산업체 에어버스(Airbus)가 제작해 2018년 11월 공군에 최초 도입된 KC-330(총 4대)에는 300여명을 태울 수 있다. 민간인을 태운 것 역시 이번이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교민 290여명을 두 대에 나눠 수송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민항 여객기로 교민을 수송해 온 방역 당국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공중급유기를 택했다. 이유는 신속성과 비용 때문이다. 민항기 계약을 체결하려면 통상 2주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비용 부담도 훨씬 크다. 반면 공중급유기는 정부 협조 요청만 있으면 언제든 투입할 수 있다. 이라크에서는 최근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2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라크는 2007년부터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됐고, 최근 코로나로 국경까지 봉쇄돼 민항기 접근이 쉽지 않다. 이번에 귀국하는 교민들은 대부분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수송 비용은 귀국하는 교민들과 국방부가 나눠서 부담한다.
공중급유기 본연의 역할은 말 그대로 비행 중 전투기에 기름을 넣는 것이다. 주력 전투기인 KF-16와 F-15K는 공중급유기 도입 이전엔 지상에 착륙해 급유했다. 최대 111톤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KC-330이 도입되면서 작전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났다. KC-330은 한 번 연료를 실으면 F-15K는 10여대, KF-16은 20여대에 급유가 가능하다.
KC-330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300여명의 인력과 47톤의 화물 수송도 가능해 해외재난 지원, 재외국민 구조 활동에도 투입된다. 130개 병상을 기체 내부에 설치해 병원기로도 쓸 수 있다.
에어버스는 민항 여객기 A330을 개조해 KC-330를 만들었다. 2014년 공군의 공중급유기 도입 과정에서 미국 보잉사와 입찰경쟁을 벌인 에어버스는 공중급유 뿐 아니라 대규모 인원 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해 낙찰됐다.
KC-330은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ㆍ25 전쟁 70주년 추념식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6ㆍ25 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147위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KC-330을 미국 하와이로 파견한 것이다. 추념식에서는 KC-330 동체 위에 호국 영령을 기리는 영상을 빔으로 재현해내는 ‘미디어 파사드’도 선보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아크부대원 교대에 투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