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 온대서 낚시 계획 잡았다가 취소했는데… 2, 3일 뒤도 못 맞추나" (쇠**)
"매일 틀리나. 다음 날 정도는 맞춰야지!"(음****)
날씨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기상 예보 중에서도 비 예보에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죠. 집 밖을 나설 때 우산을 챙길지부터 약속을 잡거나 빨래를 하는 등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일 거예요.
올해 장마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오는 날이 길어지면서 비 예보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요. 과연 사람들의 볼멘소리처럼 기상청의 정확도는 '거짓말청'이라고 불릴 수준일까요. 또 비 예보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기상청은 홈페이지에서 강수 정확도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강수 정확도란 기상청이 예보한 뒤 실제 날씨를 관측한 결과와 비교해 얼마나 일치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랍니다. 모든 날씨 예측치 중에 '맑다고 했는데 실제로 맑았다'라거나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가 실제로 왔다'는 등 맞힌 경우와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실제로 안 왔다'는 등 '부(不)의 맞힘'의 경우가 얼마나 되는 지를 본 거에요. 쉽게 말하자면 '거봐, 예측한 거 그대로 잘 맞았지?'의 경우를 따진 건데요.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기상청의 강수 정확도는 9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어요. 1월 94.3%를 시작으로 2월 93.3%, 3월 95.7%, 4월 96.4%, 5월 92.8%, 6월 90.2% 수준입니다.
강수 정확도보다 더욱 꼼꼼한 잣대로 '얼마나 잘 맞췄는지만 다시 한번 볼까'를 따진 지표도 있어요. 바로 강수 맞힘률인데요.
강수 맞힘률은 실제 관측된 날씨에 대해 얼마나 잘 예보했었는지를 따집니다. 강수 정확도가 '맑음'까지 포함해 '거봐 우리 맞췄잖아'를 나타내는 거라면, 강수 맞힘률은 실제 관측된 날씨를 두고 '우리 이거 실제로 맞췄나'를 따져보는 지표인 거죠.
기상청의 강수 맞힘률을 보면 1월 0.85로 시작해 2월 0.8, 3월 0.78, 4월 0.66, 5월 0.73, 6월 0.66 정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90%를 상회한 강수 정확도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이기도 하고 특히 6월 들어 0.66으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긴 합니다.
90%를 상회하는 강수 정확도에 비해 0.66 수준에 맴도는 강수 맞힘률. 맞힘률이 정확도보다 기록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비 예보가 맑음이나 흐림 등 다른 종류의 날씨보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차원 방정식이나 다름 없습니또 기본적으로 맑다고 예보한 날 비가 안 온 적이 더 많고요. 그리고 비를 예측할 때는 정확히 언제 오기 시작해서 언제까지 오는 지까지를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 예보는 3시간 단위로 계산을 한다는 점이 예측을 더 어렵게 한다고 해요. 예컨대 기상청에서 '내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비가 옵니다'라고 했지만, 실제로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1시 50분쯤까지 왔을 경우엔 "틀렸다"로 본다는 겁니다. 6월의 경우 강수 맞힘률이 0.66이었는데요. 이게 10번 중 6번을 맞췄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죠. 만약 이 '비가 온다'는 예보 기준이 0시부터 24시 사이인지 혹은 현재 기상청의 방식처럼 3시간 단위로 나눠서 하는 건지에 따라 맞힘률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맑은 날을 맞추는 건 비오는 날을 맞추는 것보다 쉽습니다. 맑은 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쯤까지 맑아요'라고 예보하지 않거든요. 이와 달리 비는 '오전 중에 내립니다' 혹은 '밤 중에 내립니다'라고 '언제' 내리는지를 알아야 하다 보니 맞추기가 더욱 어렵다고 하네요.
올해 강수 정확도와 맞힘률을 보면 전보다 6월의 지표가 부쩍 낮게 측정됐는데요. 여기에는 장마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윤기안 기상청 대변인실 서기관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에도 그랬고 장마철이면 예측 정확도와 맞힘률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는데요.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에는 작은 요인 하나하나가 예측에 큰 영향을 끼치다 보니 3시간 단위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얼마나 오는지를 예보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거죠.
기상청이 비를 예측하려면 단순히 기온과 습도만 보는 게 아닌데요. 바람이 얼마나 세게 위에서 아래로 부는지 혹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지 등 챙겨야 할 게 정말 많다고 봐야 하고요. 여기에 태양열과 지면 에너지, 지역적 특성(도시인지 산골인지), 지형 고도까지 시시각각 반영해야 한다고 해요. 윤 서기관은 "한국 지형적 특성 상 남북으로 길게 돼 있고, 고도 높낮이가 지역별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지형적 특성도 기상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단 비가 오고 나서의 상황도 변수가 되는데요. 비가 남기고 간 흔적 예컨대 습도나 기온 등이 그 바로 뒤의 날씨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장기 예보보다는 실시간 예보가 더 정확하겠죠.
게다가 측정하는 장소도 하나의 변수가 되는데요. 실제로 우리 동네 날씨를 보더라도 우리 집이 아니라 '관측소가 설치된 곳'이다 보니 실제 우리 집 앞 날씨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윤 서기관은 "비 예보는 작은 오차가 정확도를 가르기 마련인데, 관측소부터 어떻게 보면 오차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확도 및 맞힘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비 예보에서 기상청이 가장 힘을 쏟는 부분은 '비가 와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를 살피는 거라고 합니다. 집중호우 등 비가 많이 오는 상황 때문에 침수 또는 토지 유실 등 위험 요인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미리 예보해주는 게 급선무라는 건데요.
윤 서기관은 "비 예보는 재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집중호우 등에 초점을 맞춘다"며 "홍수나 위험지역을 피하도록 안내하고 대피가 필요한지 또는 배수로를 정비한다든지, 특정 구역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든지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예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마철이면 기상청을 향한 불만이 반복되는 건 기상청 내부에서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윤 서기관도 "체감으로 불편을 느끼는 건 사실이고 이해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장마철이나 비 많이 올 때 특성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윤 서기관은 "장마철에는 변화가 계속 있으니 기상청 제공하는 레이더 자료 등 실시간 예보 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TV 등에서 제공하는 날씨 정보보다 유용하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TV 날씨 뉴스에 나오는 날씨 기사는 전날 또는 그 이전의 상황을 토대로 하루 종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보니 실시간 상황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특히 장마철에는 단순히 예측이 어려운 것뿐만 아니라 상황이 자주 변하다 보니 그만큼 예보도 자주 변합니다. 이럴 때는 기상청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기상청 실시간 예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각자 편리한 방법으로 날씨 정보를 습득하면 도움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