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1일(현지시간)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미국의 제안을 선의가 아닌 중국을 흔들려는 ‘연막탄’으로 치부하며 잔뜩 경계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유럽 동맹국들을 규합하며 대중 봉쇄망을 공고히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에스퍼 장관은 중국과의 교착국면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에서 미중 양측이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투입해 파상공세를 펼치며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위험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한 전문가는 “미국도 군사적 충돌로 내몰리며 국익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매체들은 전날 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앞다퉈 속보로 전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꾼 미국의 손을 덥석 잡기엔 그 동안 쌓인 앙금이 너무 많아 주저하는 반응이었다. 앞서 18일 에스퍼 장관이 “중국군은 공산당에 충성하고 미군은 헌법을 수호한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더 위험한 경쟁자” 등 엄포를 넘어 마치 전쟁을 각오한 듯한 말을 내뱉으면서 중국도 결전을 각오하던 상황이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원은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37만5,000명의 병력과 군함의 60%를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위험한 건 미국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미 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떠보기 위한 카드”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에스퍼 장관의 제스처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틀어막으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하는, 양측의 균형을 맞추며 통제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충돌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갈등으로 미국을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을 찾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재차 강조하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그는 전날 미영 외무장관 회담 후 “공산당에 맞서는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 모든 국가가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류샤오밍(劉曉明) 주영 중국대사는 트윗에 글을 올려 “영국 정부가 중국 내 어느 개인에게든 제재를 가하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CCTV 인터뷰에서 “일부 미국 정치인은 온갖 꾀로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심리상태가 온전치 못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