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47)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 검사장과 만나 나눈 문제의 대화 녹음파일 자체를 22일 공개했다. 전날 수사팀은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을 두고 "일부 대화가 축약ㆍ누락됐다"고 비판했으나, 이 전 기자 측은 녹취록에 이어 녹음파일까지 공개하며 "고의로 편집한 부분이 없다"며 맞섰다.
이날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음파일은 약 20분 분량이다. 한국일보가 이날 녹음파일과 이 전 기자 측이 19일, 21일에 공개한 녹취록을 비교ㆍ대조한 결과, 일부 단어나 표현이 다르거나 빠져 있는 부분은 있지만 고의로 누락하거나 의도적으로 편집됐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특정인의 실명이나 비속어가 쓰인 부분은 묵음 처리된 채 공개돼, 녹취록과 녹음파일이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일부 누락된 부분도 확인됐다. 유 이사장이 2015년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한 사실과 관련해 한 검사장이 "진짜 그렇게 많이 하면 그게(축사) 거기 있는 사람에게 강연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정치인)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 주가조작 차원이잖아"라고 언급한 부분은 19일 녹취록에는 등장하지만, 21일 녹취록에는 빠져있다.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단순 실수였을 뿐, 의도적으로 편집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1일까지 녹취록만 공개됐을 때는 "일부 대화가 축약되거나,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동조하는 듯한 언급이 일부 누락되는 등 그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강하게 편집의혹을 제기했으나, 이날 녹음파일 공개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부정확한 속기가 여러군데 있다"면서도 "(이것이) 고의적인 편집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 측은 "한두 단어 내지 문장이 잘못 들린 게 있을 수 있으나, 전체 녹음파일을 들으면 (기자와 검사가 범죄를 공모할) 의도성도 없고 (그 대화 내용 역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바로 알수 있다"며 녹음파일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대화의 성격을 두고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기자와 검사 간의 비공개 환담"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당시 대화를 두고 수사팀과 이 전 기자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21일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 뒤 한 검사장이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검사장은 자신이 4월 총선과 연계된 이 전 기자의 취재를 독려했다고 보도한 K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은 KBS 보도 직후 KBS 기자와 수사 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