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력수급, 에너지전환 큰 틀 마련하다

입력
2020.07.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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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환경이라는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됨에 따라, 전력 분야의 국가계획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9차 계획)에 국민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2019년 6월에 발표된 에너지 분야 상위 계획인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믹스로 전환’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천명하였다. 특히 원전, 석탄,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18년 7월)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전원구성 방안을 9차 계획에 위임하였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하여, 계획 수립 시작부터 전문가 위원회를 중심으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인 1억9,300만톤 달성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였다. 그 결과, 석탄 발전의 과감한 감축과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30~35%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발전사 의향을 토대로 2034년까지 운영 기간 30년 이상의 석탄 발전 30기를 과감하게 폐지(연료전환)하기로 하였다. 8차 계획 대비 석탄 발전 감축 규모를 5배로 늘림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설비 전환만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힘들 경우, 운영 측면에서 석탄 발전에 대한 출력 제약 등의 대안을 제시하였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기사업법령 개정 등의 절차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9차 계획의 또 다른 핵심 이슈는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35% 달성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계통접속 문제의 해결이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출력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백업전원을 도출하여 9차 계획에 반영하였다. 송전 설비는 재생에너지보다 더 오랜 건설 기간을 요구하기에, 약 78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송전 접속 문제를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였다.

한편, 수급계획은 현재 시점에서 예측을 통해 미래를 전망해야 하는 특성상 불확실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 국가 계획과 달리 2년 주기로 수립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상황, 연료수급 등 변화 요인 발생 시 차기 계획에 반영하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9차 계획은 깨끗한 전기의 안정적 공급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실천적 이행 방안을 담으면서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를 위한 실무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의 큰 틀을 설계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9차 계획의 확정은 10차 계획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행정 당국은 물론 국회, 전문가, 유관기관, 민간, 시민단체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과 제언이 필요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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