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이 관리하던 멸종위기종 벨루가가 20일 새벽 폐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단체들이 정부와 해당 기업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1일 동물자유연대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에 따르면 벨루가 세 마리 중 한 마리인 ‘루이’(12세·수컷)가 폐사했다. 고래연구센터와 서울대가 사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서울대 수의학과가 부검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가 폐사하면서 이 수족관에는 ‘루오(11세·수컷)’와 ‘루비(10세·암컷)’가 남은 상황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루이, 루오, 루비는 야생에서 포획돼 러시아 틴로 연구소 중계로 2012년 4월28일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전시됐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소유로 지금까지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위탁관리 해왔다. 동물자유연대는 “벨루가들은 엑스포라는 행사에 동원된 이후 지난 9년 동안 상업적 목적의 전시 관람용으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측에 벨루가가 생활하는 부적절한 환경과 그로 인해 벨루가에게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위험 신호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시 고래류에서 발견되는 정형행동뿐 아니라, 20m에서 깊게는 700m까지 잠수하는 벨루가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좁은 수조가 치명적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루이와 루오가 지내던 수조는 수심 7m에 불과하며, 루비는 이보다 면적은 5.5배, 부피는 7.6배가 작은 보조 수조에서 지내왔다.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합사 과정에서 루이와 루오가 루비를 지속적으로 공격해 암수를 분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벨루가의 성숙 정도와 성별에 따라 나눠 수용할 수 없는 환경 탓에 발생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여수세계박람회 기념 및 사후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한 특수법인으로 이사장 선임권도 해양수산부에 있다”며 해양수산부와 한화 아쿠아플라넷 측에 자연방류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해양동물단체 핫핑크돌핀스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의 수족관에서 고래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나머지 벨루가 두 마리의 수조 감금을 중단하고, 즉각 야생방류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족관 내 벨루가 사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는 2016년 ‘벨로’(5세·수컷)에 이어 지난해 ‘벨리’(12세·수컷)가 패혈증으로 폐사하면서 ‘벨라’(11세·암컷)만 홀로 남겨졌다. 이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해 벨라의 방류를 결정하고 14일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방류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지만 내년에는 방류 적응장으로 이동시킨다는 목표다.
돌고래 폐사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돌고래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가 벨루가를 등에 타고 사진 촬영에 동원하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해양동물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족관에 있는 고래류는 ‘루이'의 폐사로 31마리가 됐다. 하지만 수족관 내 고래류의 삶은 순탄치 못하다.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보유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돌고래를 보유한 국내 수족관에서 죽어간 돌고래의 비율은 47.54%로 2마리 중 1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제 해양수산부는 벨루가 전시 종식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수족관 운영 기업들도 돌고래 보호구역(생츄어리) 운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