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번진 수돗물 유충 공포

입력
2020.07.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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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외엔 수돗물 공급과정서 문제 발견 안 돼
배수로 등 통해 외부서 벌레 들어왔을 가능성도


인천에 이어 서울과 부산, 경기 등에서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전국 단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시설 관리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에 대한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매일 마시거나 사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파장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인천의 경우처럼 정수장 등 수돗물 공급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아, 유충이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중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채취한 수돗물 시료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이 오피스텔에 사는 민원인은 19일 오후 11시쯤 샤워를 마친 후 욕실 바닥에서 유충 한 마리를 발견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중부수도사업소와 관리사무실에 신고했다. 서울물연구원은 이날 즉시 민원인의 샤워기, 세면대, 주방싱크대, 저수조(물탱크), 관리사무실, 경비실, 인근 지점 등 총 9곳에서 수돗물 시료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검사한 결과 이물질이나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과정(급수계통)에서도 문제는 없었다. 해당 오피스텔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뚝도아리수정수센터, 배수지, 지하저수조(물탱크)를 확인한 결과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일련의 급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해당 민원인 뿐만 아니라 해당 오피스텔 내 다른 세대에서도 유충이 발견되는 게 상식적이지만, 이날 오후 4시까지 다른 세대의 추가 민원이 전혀 없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뚝도아리수정수센터의 입상활성탄지(흡착현상을 이용해 오염물질 제거 장치)를 추가로 정밀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수도관이 아니라 배수로를 통해 벌레가 들어왔을 개연성을 포함해 수도관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유충이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당 오피스텔 관리소장이 현장에 나간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샤워실 배수로(배수 트렌치)가 깨끗하지 않아 벌레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한 달 전에도 유사한 벌레가 발견된 사례가 있으며 배수구에 물이 고여 있던 곳에서 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 대목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기 파주(19~20일 5건)와 부산(14∼19일 11건)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인천처럼 정수장에서 가정집 수도로 유충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아직 없다. 충북 청주에서도 “아파트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했지만, 청주시가 청주 정수장과 해당 아파트 수돗물 등을 검사한 결과 유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번식기인 여름철을 맞은 깔따구가 배수관을 따라 거꾸로 올라가거나 물기가 있는 곳에 알을 낳아 번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신고자들은 세면대나 싱크대, 욕실, 고무통 등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전했고, 샤워기 필터 안에서 봤다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깔따구 성충은 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알을 낳고, 하루 만에 부화한다”며 “수돗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경우는 깔따구가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샤워기 필터도 습기가 많은 화장실에서 보관하다 교체했다면 깔따구가 필터에 알을 낳아 샤워기에서 유충이 나올 수도 있다”며 “유충은 1~2㎜ 크기로 매우 작기 때문에 샤워기의 미세한 구멍으로도 들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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