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일대 점령한 대벌레 떼... 지난 겨울 따뜻했던 탓?

입력
2020.07.19 16:14
다소 따뜻했던 지난 겨울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이 부화
주민 불편 호소에 은평구, 긴급 방제 작업 돌입


서울 은평구 일부 지역에서 대벌레가 떼로 등장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재오 전 국회의원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평구 구산동 봉산 일대 대벌레 습격. 점점 인가로 내려오고 있다"며 관련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나무 기둥에 나뭇가지처럼 붙은 것이 대벌레다. 이 전 의원은 산림청을 향해 "대벌레가 재난 수준이다. 점차 확산하고 있다"며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실제 봉산 해맞이 공원에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정자의 의자나 나무 기둥을 따라서 대벌레들이 잔뜩 붙어있고 폐쇄홰로(CC)TV 카메라 마저 대벌레가 차지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은평구는 긴급 방제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벌레 목격담은 서울 은평구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SNS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대벌레 목격담이 유독 늘어난 데는 지난 겨울 기온이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은 1973년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따뜻하고 눈이 적게 내린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대벌레는 알 형태로 겨울을 나는데, 겨울이 따뜻해 알이 얼지 않고 평년보다 많이 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대벌레는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고 식물 잎을 갉아먹더라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대벌레는 성충인 경우 몸길이가 10㎝에 달하는 대벌레목 대벌레과 벌레다. 3월 말부터 부화해 6월부터 11월 사이에 주로 출현하고 알 형태로 월동한다. 몸체가 가늘고 색깔은 암컷의 경우 서식 환경에 따라 담갈색, 녹색, 흑갈색 등으로 변한다. 놀라게 하면 나무 등에 죽은 척하며 움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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