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가 울진 후포항서 맛 본 살 꽉 찬 '홍게' 가격은

입력
2020.07.18 10:51
수율 90% 넘는 박달홍게…두 마리 ‘5만원’
7, 8월 금어기...현지 즉석 판매 노점은 철수

배우 이장우씨가 경북 울진군 후포항을 찾아 살이 꽉 찬 붉은대게(홍게)를 먹는 모습이 TV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를 통해 방영된 후 후포 홍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장우씨가 방송에서 홍게를 산 곳은 대게잡이 어선들이 조업을 끝낸 후 항구로 돌아와 곧바로 경매에 부치는 후포수협 위판장 옆 노점이다. 가판대를 놓고 홍게를 파는 상인 대부분은 60세가 넘는 후포마을 부녀자들로, 6, 7명쯤 된다. 이들은 어선이 정박하면 선주들과 직거래로 구입한 뒤 주로 후포항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한다. 당일 아침 항구로 들어 온 배에서 홍게를 내리자마자 판매해 후포항 일대 고급 식당에서 파는 홍게보다 싱싱하고 가격은 저렴하다. 판매하는 양이 많지 않고 노점으로 팔다 보니 손님들이 앉아 먹을 곳은 없다. 게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쪄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준다.

방송에서 이장우씨에게 살이 꽉 찬 홍게 다리를 건넸던 노점상 주인은 예닐곱 되는 이곳 가판대에서 맏언니 격인 이옥순(74)씨다.

그는 "얼마 전 TV에 나온 탤런트(이장우씨)가 두 마리 5만원에 사 갔다"며 "살이 90%넘게 차 있는 박달홍게로 좋은 물건이었다"고 말했다.

박달홍게는 상인들이 대게나 홍게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할 정도로 속이 꽉 차 있는 상태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대게 역시 크고 살이 많이 차 있으면 박달대게라 부른다.

울진 후포항은 대게가 나는 경북 동해안에서도 홍게 집산지다. 후포항에서 동쪽 바다로 23㎞ 떨어진 곳에는 왕돌초라는 거대 수중 암초가 있다. 왕돌초는 남북으로 6~10㎞, 동서로는 3~6㎞크기로, 면적으로는 여의도 2배인 15㎢에 달한다. 한류와 난류가 겹쳐 다양한 해양생물이 사는 황금어장이다. 대게도 서식하지만 홍게가 특히 많다.

대게는 등쪽에 주황색, 배쪽에 흰색을 띄지만, 홍게는 몸 전체가 진한 붉은색을 나타낸다. 대게는 동해서도 수심 200~500m에 사는데 반해 홍게는 이보다 3배 이상 깊은 500~1000m 수심에 분포한다. 더 깊은 곳에 살아도 값은 대게가 훨씬 비싸다. 대게 어획량이 홍게보다 적은데다 몸이 더 단단하고 맛도 좀 더 달다.

아쉽게도 당분간 후포항에서 이장우씨처럼 노점에서 바로 찐 홍게 맛을 볼 수 없다. 해마다 7월10일부터 8월25일까지는 홍게 자원 보호로 포획이 금지되는 금어기인 탓이다.

하지만 항구 일대에서 쪄서 곧바로 냉동시설에 보관한 게를 먹을 수 있다.

후포항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일대 식당들은 금어기를 앞두고 물량을 미리 비축해 후포에 오면 언제나 홍게를 맛 볼 수 있다"며 "싱싱한 상태로 곧바로 쪄 보관하기 때문에 지금 먹어도 선도와 맛이 좋다"고 말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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