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매물 없고 지방은 깡통전세 예약 '전세 패닉'

입력
2020.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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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5주 연속 전세가 상승... "임대차 3법이 불 붙여"
지방은 집값 하락에 전세 더 비싼 '깡통주택' 속출 우려


경남 창원시 남산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91㎡은 지난달 2억4,000만원에 전세와 매매계약이 각각 이뤄졌다. 2년 전만 해도 매매가는 2억5,000만원 안팎, 전세가는 1억6,000만~2억원 사이였다. 매매가격이 소폭 내린 반면 전세는 4,000만~8,000만원 가량 상승해 전세가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집주인이 집을 판 돈으로 전세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지난 13일 5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2년 전보다 6,000만원 오른 가격. 은마아파트 상가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은 1년 전부터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는데, 6ㆍ17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가격이 더 뛰는 분위기"라며 "가격을 떠나서 그냥 전세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전역에 태풍급 전세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미 전셋값이 1년 넘게 상승 중인 서울은 물론이고 집값 상승에서 소외된 지방 지역에선 이른바 '깡통 전세'(시세가 전세보증금 이하로 떨어진 경우) 우려까지 커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대책들이 오히려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부 대책의 부작용이 세입자를 덮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만세대 단지에 전세 매물 '0'... "호가만 오른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4% 상승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같은 기간 0.12% 올랐는데, 이는 2015년 11월 이후 주간 단위로는 최대 상승폭이다. 서울은 0.13% 상승하며 2019년 7월부터 55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전세 매물 자체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지난 13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02.5였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서울, 특히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두드러진다. 13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4% 상승했고, 같은 기간 송파구와 서초구도 각각 0.26%, 0.21%나 올랐다.

일선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9㎡ 전세가 10억원에 거래된 후 한달 동안 거래가 실종됐다. 9,510가구가 들어선 메머드급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곳 상가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전셋값은 2년 전보다 4억원이 올랐고, 현재도 호가는 계속 오르고 이다"며 "반전세로 돌리더라도 재계약하겠다는 임차인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전세난을 가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당정이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ㆍ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 조기 추진을 밀어붙이면서 전세가격 제한에 대한 소급 적용 가능성까지 열어두자 집주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락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정작 국회에선 임대차 3법 논의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매일 더 센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며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불안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결국 매매가격을 견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부동산 시장 전체에 불안 요인이다. 김우석 전북대 빅데이터비즈니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주택 시장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선도했다. 즉, 전셋값이 먼저 오르면 집값이 그 뒤를 이어 상승했단 것이다.

지방아파트는 '깡통전세' 경보... "뚜렷한 대책 없어"

지방 전세시장에서도 위기 신호가 고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율을 높인 7ㆍ10 부동산 대책의 유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다주택자이 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집을 내놓는다면, 서울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지방 주택을 먼저 내놓을 게 뻔하다. 매물이 쏟아지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물 폭탄은 곧 전세 위기로 이어진다. 지방 비규제지역은 높은 가격의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활발한 탓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지난달 78.47%(중위가격 기준)였다. 이는 서울(57.45%)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벌써부터 일각에선 '깡통주택'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비싸지는 현상이 빈번할 것이란 이야기다. 국토부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흥덕구 태암수정 전용면적 84.91㎡는 2018년 10월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6ㆍ17 대책으로 청주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이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일 1억6,9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탓에 정부의 '뒷북'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세차익은 외지 투기세력이 챙기고, 전세난과 집값 하락 등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의 한 부동산 대표는 "최근 집값이 떨어지며 전세금 반환 여부를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외지인들이 이곳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던 지난해 초에 이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거세지는 전세난에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값을 올리던 투기세력이 빠져나가고, 지방 경기도 상당히 침체된 터라 깡통주택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선 뚜렷한 전세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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