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단체들이 초복(初伏)인 16일 정부에 개 식용금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개식용 금지야 말로 식용을 목적으로 희생되는 개들의 짧은 삶 전 과정에서 마주하는 끔찍한 학대를 멈추는 유일한 길이라고 호소했다.
동물자유연대·동물권행동 카라 등 14개 동물권 단체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를 가축 범주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개를 가축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변명으로 개 식용 종식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겁하게 사회적 합의라는 방패 뒤에 숨어 민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회견 참가자들은 “40만 이상 국민이 개 식용 종식을 염원하여 청원하고 매년 수백명의 사람이 거리로 뛰쳐나와 개 식용 종식을 외친다”면서 “성남 모란시장이나 부산 구포 개 시장 등 대표적인 시장·도살장이 멈추고 산업이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난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2018년 청와대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고 개의 식용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자 “가축에서 개가 빠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답변자로 나온 최재관 당시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동물을 가축으로만 정의한 기존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들이 개식용 금지를 위해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고 하는 이유가 있다.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제외되어 있어 개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축산법 목적 자체가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는 만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를 식용으로 대량 사육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반면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개는 축산법 상 ‘가축’과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이라는 이중적 지위에서 반려동물로만 인정된다. 반려동물로 인정되면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대량사육도 할 수 없고, 모든 개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면 개 식용을 금지한다는 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식용개 사육은 어렵게 된다.
동물권단체들은 “식용견이라 불리는 개들은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끔찍한 동물 학대를 경험한다”고 전했다. 사육 기간 동안에는 밀집 사육에 발이 빠지는 ‘뜬장’ 생활로 발이 붓고 피고름이 차며, 항생제를 과다 투여 받는다고 지적했다. 개의 목을 매달아 죽이거나 물을 뿌려 전기 쇠꼬챙이로 기절시키는 개 도살법은 동물보호법 제8조를 위반하는 동물 학대 행위임이 명백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식용을 금지 시키는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의 원인으로 중국 우한시 야생동물 고기 밀거래 시장이 지목된 가운데 중국은 지난 5월 29일 목축법 상 가축·가금의 목록에서 개를 제외하는 개식용 금지 계획안을 발표했다. 지난 4일에는 인도 나갈란드 주의 개고기 판매 및 식용 목적의 개 수입·거래 금지 소식도 전해졌다.
이들은 “해묵은 개식용 논쟁 해결에 영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정부는 도대체 문제를 타개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마포구 평화의공원에 모인 뒤 홍대입구역, 서강대교, 여의도 등 서울 시내를 차량 행진하며 식용견의 현실을 알리는 집회를 진행한다.
한편 국내 개농장 폐업을 지원하고, 구조한 개들을 입양시키는 캠페인을 벌이는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초복을 맞아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디서왔개’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웹툰작가 러브둥둥과 멍디의 웹툰을 통해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현재와 과거 사연을 전하고 리그램과 댓글 이벤트를 통해 웹툰 작가들이 직접 디자인한 그립톡(휴대폰 거치대)을 증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