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20개월만에 '재판 족쇄'에서 풀려났다. 대법원이 16일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다. '지사직 상실ㆍ차기 대권 포기'라는 벼랑 끝에 몰릴 뻔 했던 이 지사가 극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다음 대선까지는 1년 8개월. 저돌적 승부사인 이 지사는 여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타이밍을 재고 있을 것이다. 그의 1차 목표는 '이낙연 대세론 흔들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 파기 7 대 유지 5'의 아슬아슬한 결과였다.
'잠룡 이재명'의 파괴력에 대해선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이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이낙연 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유일한 대선주자다. '기세'도 이 지사에게 불리하지 않다. 코로나 정국과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이 의원의 지지율은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이 지사는 상승세를 탔다.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의원 지지율은 올해 4월 10일 26%였고, 이달 10일엔 24%였다. 같은 기간 이 지사 지지율은 11%에서 13%로 올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선 레이스에서 퇴출되면서 이 지사의 '몸값'이 더욱 올라갔다. 이 지사의 말과 행보가 한껏 주목받을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분간은 이 의원과 이 지사의 투톱 구도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전체로 봐도 이 지사의 기사회생은 청신호다.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상반된 스타일이 맞부딪히면서 흥행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국무총리 등을 지낸 이 의원은 민주당의 상대적 ‘주류’다. 변호사와 성남시장 출신으로 계파도,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이 지사는 민주당 뿐 아니라 여의도 통틀어서도 ‘비주류’다. 이 지사는 그럼에도 열성 지지층을 몰고 다닌다. 포퓰리즘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정책 행보와 빠르고 화끈한 언변 덕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한' 이 의원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의원의 현재 지지율은 높지만, 그가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낸 점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친문재인계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재판 결과에도 이 의원의 대권 행보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 지사는 여권 주류와 거리가 멀고 독자 지지층을 확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본인의 장기인 ‘이재명표 정책’에 더욱 대담하게 나설 전망이다. ‘선명성 투쟁’으로 이 의원과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신천지 강력 단속,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신속 지급 등 코로나 사태 때 직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이 지사가 10%대 지지율로 올라 서는 발판이 됐다.
그러나 선거는 인기로만 치르는 게 아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문을 넘으려면 당내 세력과 조직이 필수다. 민주당의 이재명계 의원은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3,4명에 불과하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개혁적 이미지의 이 지사가 당에 역동성을 불어 넣을 수는 있지만, 대선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며 “친문재인 세력의 비토 분위기를 뒤집는 것이 이 지사에게 닥친 숙제”라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