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 것만 같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해 9월 전환점을 맞았다.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1급 모범수 이춘재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범인이 잡힌 것이다.
애초 경찰이 용의자 혈액형을 잘못 특정하면서 사건은 무려 33년이나 미궁에 빠졌다. 이미 공효시효는 2006년 4월 2일 끝난 상태다. 그리고 나온 충격적인 자백.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ㆍ미수가 모두 그의 소행이었다.
한국일보 경찰팀은 14개 살인 사건을 하나씩 분석해 나갔다. 먼저 화성ㆍ수원ㆍ청주에서 벌어진 사건 전체를 시간의 순서대로 배열했다. 그리고 사건 별 연관성과 교차점 등 경찰 재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을 추가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으로 전말이 드러나도록 정리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화성 사건엔 공통의 특징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목을 조르는 수법은 연쇄살인범의 특성인 ‘지배ㆍ조종ㆍ통제’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또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은 모두 성범죄였다. 책은 가학성 성도착증에 초점을 맞춰 범죄 심리를 자세히 다뤘다.
이춘재가 자백 당시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서 나눈 이야기도 책에서 처음 소개됐다. 성장환경과 주변사람과의 관계 등을 통해 드러나는 연쇄살인범의 특징을 분석했다. 집에선 가족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면서도 밖에 나가서는 조용하고 유순한 사람으로 행세하는 극단적인 이중성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전문가 분석을 곁들였다.
책 말미엔 1986~1994년 당시 언론이 보도한 기사가 실려 있다. 충격적인 사건을 둘러싼 당시 여론과 오늘의 사회적 분위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