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4월 비서실 성폭행’ 정무라인이 덮으려 했다"

입력
2020.07.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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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인사조치 미루다 언론 보도 나오자 직무배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으로 다시 주목 받는 ‘4월 비서실 성폭행’ 사건을 당시 비서실에서 덮으려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시가 사건을 인지하고도 가해자 비서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미뤘다는 정황과 관련, 그 과정에 시장 비서실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14일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물의를 일으킨 B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즉각 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 비서실 등 정무라인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 4월 14일 발생했으며, 피해 여성은 그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이 때 시에서도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B씨는 대기발령 대신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B씨를 받은 한 부서 관계자는 “서류상으로 우리 부서로 배치가 됐고,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면서 “이후 또 다른 부서로 갔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B직원은 비서실에서 원래 있던 시민소통기획관실과 복지정책실 등을 전전하다 사건 발생 9일 만인 4월 23일에서야 직무에서 배제돼 행정국 대기명령이 떨어졌다. 짧은 기간 이렇게 소속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점이 매우 이례적이란 게 시청 내부에서 나온 지적이다. B씨가 직무에서 배제된 날은 해당 사건 보도가 처음 나온 날이다. 시 관계자는 "일을 미루다 언론보도에 떠밀려 인사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B직원에 대한 신속한 인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다른 시 관계자는 “대기발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수사개시통보 있어야 한다”며 “그 통보가 빨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24일 서울시에 수사개시 통지서가 전달됐다. 사건 접수 9일 뒤였다.

국가공무원법은 수사기관이 공무원을 수사할 경우 공무원범죄수사개시 통보서를 10일 이내에 해당 기관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B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가 규정을 어겼다고는 볼 수 없지만, 기한을 가득 채운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성비위 사건의 경우 보통 신속하게 통보가 이뤄지지만 좀 늦은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수사개시 사실을 통보 받은 4월 24일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가해자에 대해 보다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날의 언론보도로 B씨를 직무 배제한 서울시는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로 이날 B씨를 이날 직위해제했다. 직위 해제는 징계 결정 전 근로자의 지위나 업무를 잠정적으로 소멸시키는 강도 높은 조치다.

B씨는 박 전 시장 의전 업무를 보다 작년부터 시장 비서실에서 다른 여성 직원들과 함께 근무했다. B씨가 직위 해제된 24일 박 전 시장은 당일 오전 예정돼 있던 자영업자 생존자금 지원 관련 라디오 인터뷰를 취소했다.

정민승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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