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잡아라! 최전선에 선 방역요원

입력
2020.07.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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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상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 방역이 '뉴노멀'로 자리잡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한 채 줄지어 소독 작업을 하는 방역 종사자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선 전문 방역 종사자들을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한국방역협회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위해 방호복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형태를 만든 협회 관계자들은 살균제와 분무기 등 방역 장비를 동원해 이를 퇴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수동식 배낭형 압축 분무기와 살균 약품통, 유무선 충전식 분무기, 엔진 주행식 분무기, 극초미립자 가스 분무기 등 총 10여 종의 소독 장비 36개가 차례로 나열됐다.




방역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방역' 하면 모기와 모기 유충 같은 유해 곤충이나 쥐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90% 이상이었으나 현재 이루어지는 방역의 '주적'은 단연 바이러스다.

방역 종사자들의 업무시간도 크게 늘었다. 한 달에 한 두번 꼴로 소독을 하던 건물에서 매주 소독 요청이 들어오는가 하면, '상황' 발생으로 인한 출동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집단 확진자라도 발생할 경우 관할 자치단체는 방역 업체를 섭외하기 위해 한바탕 난리를 치를 정도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만큼 방역 요원들의 준비 과정은 철저하다. 필요한 장비와 약제를 먼저 준비한 후 마스크와 방호복, 장갑, 보안경 등 개인 보호 장구를 꼼꼼하게 착용해야 한다. 그야말로 '빈틈'이 없어야 하는 만큼 요즘 같은 삼복 더위엔 이 같은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체력과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곤 한다.

보호 장구는 착용도 중요하지만 벗을 때가 더 위험하다. 소독 작업 중 보호 장구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항상 뒤쪽에서만 끈을 풀고 방호복은 뒤집어서 벗어야 한다. 보호장비의 표면과 신체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번 사용한 장비는 밀봉한 채로 처리업체에 넘긴다. 코로나19 최전선을 누비면서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이처럼 철저한 수칙 준수 덕분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엄격한 방호복 착용과 정확한 장비와 약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무기로 약제를 뿌리기만 하면 되는 정도로 알고 있는 '방역 소독'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전문 지식을 요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초기 트럭 짐칸에 장착한 연막기로 소독약을 연기처럼 뿜어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방역협회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방역이다. 바이러스용 약제는 가열할 경우 성분이 변질돼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작동과 동시에 열을 발생하는 연막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이나 마을 단체에서 자원봉사의 일환으로 방역을 하거나 가정에서 셀프 소독을 하는 경우 적절한 장비와 약제를 쓰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통상 가정에서 순도 75% 알코올을 살균제로 만들어 뿌리곤 하는데, 알코올의 발화점이 낮다 보니 실내에 있는 발화물질에 닿아 폭발할 위험도 있다. 분무기를 이용해 약제를 공중에 뿌리면 에어로졸(공기 중 부유하는 액체나 고체상의 입자) 형태로 남아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되지만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갈 수도 있어 건강에는 좋지 않다. 과거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와 비슷한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 방역협회는 가정에서 소독할 때는 분무기로 공기 중에 뿌리기 보다 마른 수건에 약제를 적신 후 닦는 방법이 좀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바이러스 관련 방역 활동을 해 온 이철 한국방역협회 조직부회장은 “처음 바이러스 방역을 하겠다고 하자 한 고향 선배가 '눈에 보이는 유해생물 방역을 해야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퇴치했다고 하면 누가 믿고 돈을 내겠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정이 달라졌고, 현재 바이러스 퇴치 전문 업체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영등포에서 방역업체를 운영하는 김태현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을버스를 방역할 때마다 주민들이 '버스에 무슨 소독이냐'며 의아해 했는데, 요즘은 장비 정비를 위해 하루만 쉬어도 '왜 방역을 하지 않느냐'며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철저한 방역 덕분에 여태 마을버스를 통한 감염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가장 보람된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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