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찬 광주그린카진흥원장이 매달 세금을 써가며 규정에도 없는 원장 전용차량을 차량임대업체에서 빌려 타고 다니고 부하 직원을 개인 운전기사처럼 부려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차량 임차 계약 두 달 전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 직원은 배 원장이 2년여 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재임 당시 원장 전용차량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던 용역업체 파견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채용을 둘러싸고 뒷말도 나온다. 광주그린카진흥원은 광주형 일자리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1대 주주로 광주시 출연기관이다.
1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지난해 4월 초 배 원장이 전용으로 쓸 공용차량으로 기아자동차의 대형 승용차 K7(가솔린 3.3 모델)을 3년간 리스(임차)하기로 모 캐피털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기관장이 전용차량이 없어 대외 업무를 볼 때 기동성이 떨어지는 등 업무에 지장이 생겨 전용차량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수의계약 사유였다. 앞서 같은 해 3월 말 진흥원은 추가경정예산안에 차량리스료 1,000만원을 편성해 광주시로부터 해당 예산(운영비)을 타냈다. 이에 따라 배 원장은 매달 97만여원의 리스료를 내고 K7을 전용차량으로 타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당시 진흥원은 자체 공용차량관리지침이 없었던 터라, 광주시 관련 지침을 준용하면 배 원장은 공용차량을 자신의 전용차량으로 둘 수 없다. 진흥원은 광주시 산하 3급 기관장 사업소에 준하는 기관이어서 광주시공용차량관리지침에 따라 배기량 2,000㏄ 미만 중형 승용차와 배기량 1,600cc 미만 소형 승용차(지프형) 1대씩만 보유할 수 있다. 결국 배 원장이 관련 지침까지 어겨가며 대형 승용차인 K7을 전용차량으로 임차한 셈이다. 현재 진흥원은 K7 말고도 차량정수(2대)에 포함되지 않은 환경친화적 차량인 하이브리드 차량(K5)과 전기차(소울)도 업무용 차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배 원장이 이런 규정 위반도 모자라 업무 목적으로만 써야 할 K7을 사적으로 출퇴근에 이용하고 부하 직원을 개인 운전기사로 전용(專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용차량관리 담당자가 아닌 직원 A씨가 K7을 따로 관리ㆍ운행하면서 최근까지 거의 매일 배 원장을 출퇴근시켜 줬다. 배 원장은 출퇴근 차량 배정 대상이 아닌데도 출퇴근은 물론 외부 점심과 저녁 자리, 심지어 술자리에까지 A씨를 개인 운전기사처럼 이용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선 "배 원장이 A씨를 몸종처럼 부려 먹고 있다", "배 원장이 A씨를 개인 운전기사로 쓰기 위해 채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게 A씨는 배 원장이 또 다른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재임(2017~2018년)할 때 용역업체 파견 직원으로서 원장 전용 차량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는데, 배 원장이 진흥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진흥원 정규직(5급-가)으로 채용됐다. 당시 배 원장은 A씨를 편제에도 없는 기관장 부속실 운영과 홍보, 대외협력 업무 담당자로 뽑았지만 채용 이후엔 A씨에게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 비서 역할을 맡겼다. 배 원장은 그러면서 A씨에게 자신의 집무실 출입문 앞에 책상 하나를 내어주고 거기서 근무하도록 했다.
더 황당한 건, 진흥원이 지난달 말 뒤늦게 공용차량관리지침을 만들면서 A씨를 개인 운전기사로 부린 배 원장의 행태를 정당화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운전 직렬이 없는데도 해당 지침에 운전을 주업무로 하는 '운전원'이라는 정의 규정을 두는가 하면, 차량별로 관리담당자를 지정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한 직원은 "공용차량관리지침은 A씨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배 원장은 이에 대해 "그 동안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공용차량 운행과 관련해 잘못된 부분은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